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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양심없는 얼굴비치기

용인신문 기자  2006.05.08 14: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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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노인복지회관에서는 ‘제34회 어버이날’을 기념해 지역어르신들을 초청, 대접하는 행사를 마련했다.
약 2000여명의 어르신들이 모처럼만에 열린 뜻깊은 행사를 즐기며 느긋한 5월의 햇살속을 거닐던 이날, 행사를 알리는 기념식에서부터 행사의 본질을 흐리는 모습들이 보였다.

바로 기념식전부터 출마를 선언한 시의원들과 후보자들이 이리저리 인사를 하며 행사의 본질은 잊은 듯 선거운동에만 치중했기 때문이다.

내빈소개가 이어지고 시의원들은 자신이 소개될 때 마다 힘차게 일어나 밝은 모습으로 인사했다.
강한 햇살 아래서 진행되는 행사를 지켜보는 어르신들의 눈은 절로 찌푸려 졌다.

그런데 햇살보다 더 눈을 찌푸리게 하는일이 있었으니 바로 어른신들은 뜨거운 햇살을 참고 앉아있는데 자신을 알리는 임무를 완수한 시의원들은 행사가 끝나기도 전에 우루루 다른 행사장으로 이동한 것.
도대체 무엇을 하러 행사에 참석한 것인지 그 의도야 짐작이 됐지만 왠지 불쾌해지기까지 했다.

가정의 달 5월, 이곳저곳에서 크고작은 행사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열리고 있다. 5·31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에게는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것이다.

그러나 이날처럼 행사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자신들의 소개가 끝나자 마자 한명도 남지 않고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돌린다면 과연 시민들은 어떤 생각을 할지 한번쯤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자신을 홍보하기 위한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1분 1초가 아까울 만치 바쁘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최소한 자신이 참석한 행사가 끝날 때 까지 기다릴 줄 아는 여유로움은 지녀야 하는 것 아닐지.

그냥 눈도장이나 찍고 얼굴이나 알리는게 행사 참여의 목적이라면 오히려 참석하지 않는게 행사는 물론 자신을 돕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나 있는지.

한참 식이 진행되고 있는데 앞쪽에 텅빈 내빈석은 보기도 민망할 뿐 아니라 시민을 위한다는 시의원들의 텅빈 마음을 보는 것 같아 결코 유쾌하지가 않다.

오로지 시민만을 위한다며 크고작은 약속을 하고 선한 웃음을 지어보이는 후보자들. 이왕 시민을 찾아왔다면 잠시라도 얼굴을 맞대고 진정 시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귀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떠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