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북화해 분위기가 일면서 DMZ(비무장지대·Demilitarized Zone)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언론재단 지역신문발전위원회는 지난 15, 16일 강원도 철원, 화천 지역의 DMZ에서 언론인 연수를 가졌다.
이번 연수는 그간 DMZ에 대해 품었던 생태 천국의 환상을 깨는 동시에 현재와 미래에서 DMZ를 어떻게 승화시켜야 하는가 고민하게 만들었다.
“많은 이들은 DMZ를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태초의 자연, 생태계의 보고로 착각하고 있습니다. DMZ 자연생태계에 대한 그런 오해부터 풀지 않은면 안됩니다.”
강사로 나선 한국DMZ연구소 함광복 소장은 평화의 상징 DMZ의 다각적이고 무한한 자원적 가치를 발견하고 있는 요즘, 특히 생태·문화적 변이가 이뤄낸 자연사적 기록들을 찾아내는 것으로부터 연구가 시작돼야 한다며 연수의 화두를 던졌다. DMZ의 처음이자 끝이 아닐 수 없다.
2004년 7월 ‘DMZ=자연’에 근거해 제안된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 지정 요구안은 외부와 단절된 DMZ의 왜곡된 냉전 생태계의 진실과는 거리가 먼 제안이었다.
현재는 ‘DMZ=냉전 유적지’로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대남, 대북방송용 마이크 등 냉전 시설물이 제거되기 이전의 상태가 아니고는 그마저도 쉽지 않은 일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DMZ는 임진강변에서 동해안까지 155마일(248km)에 이르는 군사분계선 좌우 2km 구간, 즉 폭 4km, 992㎢에 이르는 남북 완충지대.
그러나 막상 그런 DMZ의 약속은 1960년대 초반 이미 폐기됐다. 유엔자료를 인용한 함 소장은 “북한군이 먼저 DMZ를 요새화해 지금 비무장지대는 중무장지대”라고 말했다. 폭이 4km이어야 하지만 그런 곳은 단 몇 군데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이 DMZ를 간섭한 증거는 많다. 과거 남·북한군은 시계와 사계(射界)를 방해하는 초목을 불태웠고 고엽제 세례도 퍼붰다.
지뢰의 전장이며 2004년 6월 남북정상급회담을 계기로 중단됐지만 반세기 동안 확성기 싸움을 벌이던 소리의 전쟁터였다.
철조망에 의해 외부와의 소통이 단절되고 왜곡된 생태계 속에서 DMZ는 더 이상 동물이나 곤충의 지상낙원이 아니다. 군인이 던져주는 먹이에 의해 동물들이 사육되는 냉전의 후유증을 앓고 있는 상흔이 짙은 현장이다.
오히려 DMZ보다 민간인통제구역(CCZ)의 생태계가 더욱 잘 보존돼 있는 실정이다. 특히 화천군 민통선 지역은 근현대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아직도 개발과는 거리가 먼 군사지탔막?마치 전쟁을 현재 진행형처럼 느끼게 하는 곳이다.
이곳에는 수달과 산양, 그리고 남한에서 사라진 것으로 보고되는 사향노루 등도 남아있고, 곰 발자국도 채취됐다. 화천군은 이데올로기가 남긴 아픔위에 미래의 평화 도시를 건설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분쟁지역의 탄피를 모아 세계평화의 종을 만들어 평화의 댐 지역에 설치하는가 하면, 오토프로젝트 등 새로운 시도를 통해 전쟁과 냉전의 아픔을 승화시키려는 자생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기도 DMZ인 파주 임진각 등과는 달리 왠지 화천군에서 더욱 진한 전쟁의 슬픔이 느껴진다. 일제시대에 일본인들이 화천댐을 만들면서 조성된 일명 대붕호인 파로호. 한국군과 중공군들의 피로 물든 격전장을 5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보트를 타면서 바람을 가르며 다시 역사의 긴 시간 속으로 회귀해 들어가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