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끝나고 어느 선술집에서 당선자, 부관, 운동원이 모여서 한잔 걸친다.
“이제 선거가 다 끝나서 화장을 지우니 시원하군!”
“선거가 도대체 뭐야? 진짜로 잘 하긴 한 건가?”
“의심의 마음은 진정한 승리자가 될 수 없는 걸 모르나?”
“진정한 승리는 상대방을 정중하게 패배시키는 거라지.”
“그래, 쟈칼 같은 수단으로 이긴 승리는 잠깐 동안이니, 실패한 것과 같아.”
“우린 대개 승리하는 방법은 잘 알지만, 승리를 제대로 쓸 줄은 모르잖나.”
“그래 잘못하면, 이번의 승리가 미래에 피눈물 나는 패배의 씨앗이 될 지도 몰라.”
“싸우지 않고 승리하면 최상인데... 상대가 진솔하게 패배를 인정하면 서로 좋고.”
“손자병법에 따르면, 승리의 전사는 먼저 승리의 길을 닦아놓고 전장에 나가지만, 패배한 자는 먼저 싸우면서 이기려 한다잖아.”
“이제 승리했으니 관용을 배워야지.”
“그래, 원래 선거란 여우가 병아리의 생명을 연장시켜주는 기다림과 같다네.”
“허긴, 공명정대한 선거는 소화도 잘 되고, 지난 일을 긍정적으로 인정하고, 인간성에 대한 승리일텐데... 이치상으로는 선거보다 더 멋진 승리가 어디 있겠나!”
“현명한 자는 상냥한 친구보다는 씀바귀 같은 적으로부터 진실을 배운다잖아.”
“그럼 좋지. 원수를 사랑하라, 저주하는 자를 축복하라, 미워하는 자를 상냥하게 대해주라! 멋진 성경 말씀이지.”
“좋지. 생쥐 같은 적은 항상 사자처럼 대해야돼. 한명의 적이 열명의 친구보다 무섭다네.”
“적이 되어보지 않은 자는 친구도 될 수 없다지. 우린 좋은 적을 잘 골라야 돼.”
술기운이 더욱 거나하게 돌아간다.
“그래, 이제부터 마음의 평안이 없으면 패배한 자가 승리하고, 승리한 자가 지고 말지.”
“이제부터 자넨 부자들을 도적질하는 비적이 되거나, 가난한 자를 도적질하는 양반이 돼서는 안 되네.”
“암므. 난 코브라 조련사가 될 걸세.”
“그래야지, 이서김이 한바탕 붙고 나서 우정두정 나누며 현석현무 하며 술잔 나눠야지.”
“그랬으면 오죽 좋겠나? 헌데 원래 이런 자리는 스스로 봉인되는 탱크 같아서, 총알이 날아오면, 저절로 닫혀버리잖아.”
“어리석은 자는 과거의 적대감이나 우정을 곧 잊어버리는 바보라네.”
“그래, 증오가 교훈이 되고, 욕설이 거울이 되도록 배워야겠지?”
“제발 그래 주게나. 내 그런 의미에서 즉흥시나 한 수 읊어줌세. ‘이제 늑대인간을 용서할 때다. 우리는 더 이상 패배자가 다치지 않도록 온 몸 찢는 폭탄을 퍼부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어이 하리오. 한밤은 다가오고, 달은 배곯은 그믐달이로다. 아직 어둡고 어둡도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도다. 아무 별도 없는 캄캄한 밤이로다.”
“좋아 좋아. 그래도 가장 아름다운 사랑이 용서라는 정도는 아네.”
“친구를 용서하기보다는 적을 용서하기가 더 쉽다고 하지.”
“이제 수미산 꼭대기에서 무너지지 않도록 맡을 일이나 잘해 보게. 용서할 줄 아는 자비심을 가진 자만이 통치할 수 있는 이성과 지혜가 있다는 말을 잊지 말고.”
안주로 까놓은 계란이 반들거리며 깨진 접시 위에서 혼 들린 듯, 빈정거리듯 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