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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 쟁점과 대안

용인신문 기자  2000.04.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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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항상제는 듯지도 않을 정도로 오남용이 심각하다는 우리나라.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의약품 오남용 실태가 이제 국민의 건강을 위협할 지경이라고 지적한다. 의약분업이 이뤄져야 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7월 1일로 예정된 의약분업을 불과 3개월여 앞두고 의·약계가 모두 현 정부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집단휴진하는가 하면 실력행사 의사를 밝히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의약분업의 쟁점과 바람직한 해결방안 모색을 위해 양측의 입장을 들어봤다.

◆ 의사측 연세신경정신과 원장 송인권(용인시 의사회 총무이사)

그동안 의약분업사태와 관한해 본의 아니게 의사들의 집단휴진으로 시민 여러분께 불편을 드린 점을 사과드린다. 의사들이 잠시 시민 여러분의 곁을 떠났던 것은 의료보험 수가를 인상시키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러나 언론과 정부에서 의사들이 수가인상을 위해 집단 휴진한 것으로 보도, 집단 이기주의로 매도함으로써 시민여러분의 오해가 더 많았으리라 생각한다. 저희 의사들은 의약분업을 비롯해 앞으로 시행될 의료개혁법(국민건강보호법)이 국민건강을 위한다는 근본 취지를 벗어나 시행·운용되려하좆?시정을 요구하는 것이다.
선진국에 비해 훨씬 심각한 우리나라 국민들의 의약품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올 7월 1일부터 의약분업을 시행한다는 취지에는 의사들 모두 찬성하며 이를 위해 적극 동참하려 한다. 하지만 지금 정부에서 시행하려는 의약분업은 의약품 오남용 방지는 커녕 국민의 불편과 의료비 부담만을 가중시키는 제도로 변질됐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의사들은 다음 8개항이 보완된 후 의약분업을 시행토록 요구하고 있다.
첫째, 약사들의 임의조제를 금지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약사들이 공공연하게 진료와 조제를 해왔다. 그럼에도 의약분업을 한다면서 PTP, Foil포장의 소분판매와 약사의 판단에 근거한 일반약품 판매 등 불법 조제를 허용하고 있다.둘째, 의약품(일반, 전문) 분류는 의사에 의한 약사에 의한, 국민에 의한 오남용을 방지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그렇지만 정부방침은 광고가 되는 모든 약품을 일반의약품으로 분류, 의약품 오남용을 오히려 조장하고 있다.
세째, 대체조제(의사가 처방한 약품을 약사가 바꾸어 조제하는 것)는 약효동등성(인체 내에서 똑같은 효력을 발생하는 것)이 입증된 약 에 한해 이뤄져야 하며 의사의 사전동의를 얻어야 한다.
네째, 진료의 편익과 효율성이 적절히 이뤄질 수 있는 의료전달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보건소 기능 정상화와 2, 3차 의료기관의 역할정립을 통해 불필요한 의료자원의 낭비를 막아야 한다.
다섯째, 약화 사고에 대한 책임소재를 분명히 명시해 국민에게 생길 위험성을 최소화시켜야 한다.
여섯째, 정부는 무의촌을 이유로 보건지소는 의약분업에서 제외시키려 하나 이는 농·어촌지역에서 1차의료기관이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는 제도방안과 엄격한 선정기준을 마련한 뒤 시행해야 한다.
일곱째, 의약분업을 시행하기 전에 시범사업을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 의약분업 정착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과 미비점을 보완하고 국민의 불편을 최소화 하기 위한 사전정지작업의 필요성 때문이다.
여덟째, 의약분업에 소요되는 추가비용에 대해 정부측의 재정확보가 우선돼야 한다. 정부가 확보했다는 비용(6000∼8000억원)은 턱없이 부족하며 의사협회에서 추산한 추가비용은 모두 1조2000억∼1조5000억원에 달한다.
우리 의사들은 이런 문제점을 보완해 의약분업이 진정 국민 건강권이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로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국민의 건강권은 절대 실험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천명하고 있다.


◆약사측 입장 태양당약국 오필신(용인시 약사회 회장)

의약분업이란 의사가 환자의 증상을 진단해 처방하고 그 처방에 따라 약사가 조제한 의약품을 환자가 복용토록 하는 제도이다. 의사의 처방과 약사의 조제라는 역할분담을 통해 의약품의 오·남용을 예방하 고 더 나아가 국민의 건강증진과 과다한 의약품 사용으로 인한 국민의 약제비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 로 마련됐다.
의약분업이 국민의 건강을 위한 미래지향적인 제도라는 점은 약사들도 모두 공감하고 있으며 이의 정착 을 위해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그러나 이제도는 이상적이긴 해도 우리 약업계에도 많은 변화와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 의약분업이 실 시될 경우 우리 약국들은 다음과 같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첫째, 병원이 밀집되지 않은 곳에 위치한 소위 ‘동네약국’이라 불리우는 우리 이웃의 친근한 소형 약 국들은 존폐의 기로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병원과의 인접성 여부에 관계없이 의사의 처방이 고루 분산 되지 않을 경우 동네약국은 의약품 구입비를 비롯한 운영비용 증가와 수입부족으로 인해 사실상 전체의 30% 정도가 문을 닫아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현 의료보험 체계 속에서 의료기관이 보험조합에 청 구한 처방전 건수를 전체 약국 숫자로 나눴을 때 하루평균 60건 정도의 처방이 이뤄지고 있는 것을 토 대로 한 분석이다. 현 상황에서 의약분업이 시작되면 약국은 적어도 3곳 이상의 병원이 밀집된 곳에 위 치하지 않을 경우 생존하기 힘들다.
둘째, 병원의 처방을 제대로 수용하기 위해서는 약국의 조제실 규모가 현재보다 10배 이상 커져야 하고 의약품도 처방조제를 위해 현재보다 최소 1000∼1500종 이상을 추가로 구비해야 한다. 또 각 의사의 처 방전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3∼5인 정도의 근무약사가 필요하다. 이는 막대한 재정투자를 필요로 하기에 영세약국의 존립기반은 사실상 무너지게 된다.
셋째, 처방전의 적정분산 ▲조제수가의 적정 산정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의 공정한 분류 ▲의약분 업 협력위원회의 정상적인 운영 ▲의료기관 내의 무단구내 약국 개설 차단 ▲예상되는 의료기관의 문전 직영약국 운영 등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는 문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매듭지어져야 한다. 넷째, 대체조제(생물학적 약효동등성 시험을 통과해 의사가 처방한 약품과 동일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 타 제약회사 약품을 사용한 조제)가 허용되야 한다. 의사가 약품의 상품명으로 처방을 해 줄 경 우 약국은 동일한 효능의 약품을 많게는 10여가지 이상 구입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또 대체조제 문제는 국내 제약산업과도 직결돼 있다. 이것이 허용되지 않을 경우 약품명이 알려지지 않 은 중소제약업체는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항간에는 의약분업으로 인해 약사들이 큰 이익을 보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약사들은 의약분업의 수혜자가 결코 아니다. 국민건강증진이라는 사회적 합의사항을 지켜내려는 것일 뿐이다.
이같은 현안 문제를 해결하고 의약분업이 성공적으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국민의 협조와 이해가 필요하 다. 정부와 의·약계도 마주 앉아 이해와 양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