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는 예술인가 기술인가. 우매한 질문이다. 기술의 뒷받침이 있을 때만이 무한대의 예술적 창조가 가능하다. 예술과 기술은 실과 바늘이다. 우리나라보다 도자기 역사가 짧은 일본은 기술 분야의 아낌없는 지원으로 세계 도자 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도자기 기술을 뒷받침해줄 기술센터 하나 변변한 것이 없는 실정이다. 대학내에 도예과는 있어도 도자기 기술학과가 없는 것은 물론이다. 전통만 답습하고 있는 답답한 실정이다.
다행히 명지대 산업대학원에 국내 유일하게 도자기 기술학과가 지난 97년 개설돼 우리나라 도자기 체면을 지키고 있다.
이곳 명지대 도자기기술학과에는 체계적인 기술 습득에 목말라하는 도공들이 전국에서 밀려들고 있다. 20년 넘게 도자기업에 종사하던 사람들이 대전 인천 여주 양평 등 거리를 멀다않고 한걸음에 달려온다.
11일 오후 6시 명지대학교 함박관 2층 강의실. 20여명의 학생들이 뿜어내는 배움의 열기가 무척 뜨겁다. 2001년 세계도자기엑스포를 앞두고 있는 이천 유승웅 시장도 눈에띈다.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출석했다. 주부도 끼어있다. 취미로 배우다가 본격적으로 도자기를 배우기 위해 찾았다.
전문가부터 비전문가까지 망라해서 공부하고 있는 도자기 기술학과는 공과대학 세라믹공학과 이병하 교수(한국도자기연구센터 소장)가 학교측에 건의해 개설됐다.
"우리나라는 기능은 우수하지만 기술면에서 체계화가 돼 있지 않습니다. 유약도 만들지 못하고 사다가 쓰는 실정입니다. 또 유약의 원료가 계속 바뀌는데도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술측면의 거름이 돼 주고 싶었습니다. 또 도자기쪽 의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흙이며 유약 등 도자기 재료부터 공정과정까지 이론과 실습을 병행해 강의하고 있는 기술학과는 무기재료를 데이터화해 실패율을 제로에 가깝게 만들어주는 것은 물론 창조의 세계를 무한대로 극대화시켜주고 있다. 이와함께 디자인과 마케팅까지 다뤄 한국 도자기 경쟁력을 종합적으로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유약은 1250도 이상에 견뎌내지 못하는게 많은데 고온에서 견뎌낼 수 있는 유약을 만들어 색상의 세계, 즉 예술의 세계를 넓힐 수 있습니다. 또 예전에는 주먹구구식으로 도자기를 빚어 가마에 넣은 후 실패하면 원인을 따져 다시 시도했지만 기술 습득후 실패율을 줄일 수 있습니다."
현재 5기생까지 배출한 도자기 기술학과의 3기 졸업생인 마순관 용인예총지부장(도예가)은 이제야 비로서 제대로된 도자기를 만드는 실감이 난다며 기술 적용이 늘 새롭다고 말한다.
지난해 일본 도자기 문화를 둘러본 마회장은 일본에는 현마다 도자기기술센터가 하나씩 있는 반면 우리나라에는 도자기 경쟁력의 핵심인 기술 분야 지원이 전무하다시피하다며 우리나라 문화행정의 무지를 꼬집기도 한다.
이천 청담대 도예과 한영순 교수도 "도자기를 전통 문화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상품, 즉 경제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도자기 업체가 800개 이상인 경기도에 도자기기술센터가 없고 국내 도예과가 80여개로 매년 수천명의 도예인이 배출되는 대학에 도자기 기술과가 없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며 도자기 기술분야의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일주일에 두차례 강의가 있는 도자기기술학과. 명지대는 앞으로 학부에 도예과를 신설해 도자기 기술학과와 더불어 체계적인 기술을 겸비한 도공을 배출할 구상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