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시장 상권이 죽어가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5일장 때문에 상권 타격이 크다는 주장이 있어왔다. 그렇지만 요새는 5일장이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5일장은 공존공생의 대상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대신 인근에 속속 들어서고 있는 대형 유통센터 및 할인매장 등 신업태로 인해 시장 상인들이 설자리를 잃고 있다. 전통적 서민시장인 용인 상설 재래 시장은 회생 가능한가.
20일 용인시장 골목안은 금학천변으로 약 1km에 걸쳐 북적대는 5일장과 대조적으로 한산하기만 하다. 그러나 용인시장 내에서 20년동안 기름집을 한 이모씨. 그는 5일장보다는 대형센터 탓만한다. 대형센터의 타격이 얼마만큼 큰지 짐작할 수 있다. 임대료도 제대로 낼 수 없는 실정이라며 다른 일거리를 찾아보려한다는 그는 혹시 시장이 재개발 된다면 입주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져보지만 곧 불가능할 것이라고 포기하는 투로 변한다. 땅값이 금값인데다 임대 보상금등 재개발이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아파트 주부들을 몽땅 빼앗기는 시장 상인들. 유통센터에서 운행하는 셔틀버스와 원스톱 쇼핑의 편리함과 청결함, 넓은 주차시설 등 도무지 경쟁이 안된다.
그는 주변 가게를 손으로 가르켰다. 도너스를 튀기는 대형화로 바로 옆에 프로판 게스 통이 버젓이 버티고 있다. 안전 사각지대. 게다가 낡을대로 낡은 시장. 프로판 게스통만 문제가 아니다. 얼기설기 얽혀있는 전선줄. 전기 누선이라도 되는 날에는 끝장이다. 손님 떨어지는 것보다 더 무섭고 위험하다고 상인은 말한다. 처음에는 사고가 날까 두려움에 떨었지만 이제는 그것도 만성이 됐다고 말했다.
앞으로 소비자들이 이처럼 위험 천만인곳을 찾으려 하겠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여러면에서 유통센터에 견딜 재간이 없다.
지난 1950년대에 형성된 용인시장. 다른 자치단체는 대부분 시 소유기 때문에 재개발도 쉽다. 그러나 용인의 경우는 대부분 개인 소유다. 1500평 정도의 시청 소유 땅도 20여년전 개인한테 불하했다. 땅값이 금값이 돼버려 손대기가 쉽지 않다.
김량장동 133번지에 위치한 약 3만평 규모의 용인시장. 점포 800여개에 좌판이 80여개가 자리하고 있는 용인시장에는 공중 화장실이 단 한곳밖에 없다. 그러나 이곳도 개인정화조가 묻혀 넘쳐나기 일쑤다. 한달에 한 번씩 퍼줘야 한다.
주차장도 없다. 장한번 보려면 시장 주변을 몇바퀴 돌아도 차대기가 만만치 않다. 잠깐의 불법 주차로 수만원을 날려 보내기 일쑤다.
전국적으로 중소기업청에서는 재래시장 실태 조사를 오는 5월말까지 실시한다. 재개발을 원하는 곳에 80억원 한도의 사업비를 융자해 새로운 현대식 시장 건설을 추진한다. 토지 및 점포소유자, 임대상인, 노점상 등 다수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이곳 용인시장은 과연 재개발이 가능할까.
아예 부지를 옮기면 어떨까. 그러나 오랜 전통 등 시장 입지상 현재 자리보다 나은 곳이 없다는 입장이다. 대규모 택지 지역에는 어떨까. 시장 상인들조차 대형 백화점이 어울린다고 답변한다. 결국 용인시장의 갈곳은 어디인가.
"먹거리 시장으로 안변하면 살길이 없어요. 아주 특색있고 깨끗한 먹거리 시장이 용인 시장 내에 형성돼 시장 활성화의 촉매 역할을 해야 할 거에요."
"5일장을 도로에서 시장 골목으로 끌어들여야 해요. 5일장을 없애면 소비자 반발이 클거 아닙니까. 5일장 피해도 보지만 5일장 덕에 물건 파는것도 사실이에요. 함께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할인점, 인터넷 쇼핑몰의 저가격 서비스와 백화점, 전문점의 고품질 서비스 틈새에서 갈수록 입지가 악화되고 있는 전통 재래시장. 전국적으로 재래시장 매출 신장률은 지난 96년 11.0%靡?98년 5.9%로 뚝 떨어졌다. 영세한 자본, 전근대적인 상거래 관행, 낙후된 시설 등으로 점포 경영의 생산성도 크게 낮은 형편이다. 종사자 1인당 매출액(백만원)이 대형점이 3억8100만원, 대형백화점 2억3700만원, 쇼핑센터 1억7200만원인데 비해 재래시장은 3100만원. 재래시장 현대화를 위한 정부의 재개발 시책이 과연 시장 내부의 복잡한 이해관계 대립을 풀어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