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따스한 햇살아래 튜립축제가 한창인 삼성 에버랜드에서 치러진 제20회 장애인의 날 행사는 장애인 가족들의 마음을 한껏 부풀게 했다. 그러나 행사가 끝난후 실망스러움을 감출수가 없었다.
행사 시간이 1시간 반 넘게 걸렸고, 축하공연도 없는 요식 행위속에 각종 시상식과 무려 9명의 축사로 이어지는 시간은 건강한 나 자신도 버티기에 힘들고 지루했다. 하물며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의 고통과 지루함은 어떠했겠는가.
또 이날 행사를 축하하고 격려하기 위해 참석한 제16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을 축하하는 일에 나역시 갈채를 보낸다. 그러나 아직 현역도 아닌 그들에게까지 축사를 시키고, 몇차례의 인사를 하게 하는 것은 행사진행 관계자들의 과잉 대우가 아닌가 싶었다. 왜 장애인을 위한 행사가 정치꾼들의 축하장소가 되어야 하는지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기념행사가 끝난후 이날의 주인공인 500여명의 장애인을 위한 식사 장소는 직원용 식당이었다. 그런데 시장, 현직 국회의원, 총선 당선자들과 시의장·시의원 및 시청 고위 공무원들은 별도로 오리엔탈 식당에서 국회의원 당선자 축하연(?)을 베풀었던 것이다. 반면 .선 낙선자, 전임 시의장과 일반 내빈들은 한참을 걷게한 후에 다른 식당으로 안내해 식사를 하게 했다.
이 자리에서 야당 지구당 위원장이라는 사람이 “왜 장애인과 함께 식사를 안하고, 이곳에서 식사를 하느냐”는 항의에 행사 관계자의 한사람은 식당이 좁고, 오히려 그들이 불편해 할 것이라며 궁색한 변명을 늘어 놓기에 급급했다.
과연 장애인들에게 이런 요식행위가 필요했던 것이었는지 생각해 봤다. 사회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이 이날 만이라도 장애인들과 밥한그릇 함께하는 미덕을 베풀지는 못할 망정, 장애인의 날을 빙자해 국회의원 당선자 축하모임을 갖은 것을 장애인 가족들이 알았다면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
뿐만아니라 장애인의 날 행사비중 시민의 혈세로 준비된 식사 보조비가 용인시장이 사비를 털어서 낸 것처럼 생색을 내는 것등은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전후사정이야 모르지만 매사가 정치적으로 휘둘리는 우리 장애인들의 현주소가 안타깝게 느껴졌다.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 때문에 정치적 의도에 휘말려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버리는 이런 행사는 차라리 내빈초청없이 장애인끼리 하던지, 아니면 아예 행사를 없애버리는게 더 낳지 않을까하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며 가슴이 저려왔다. <용인시 마평동 임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