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의 길 원천 유원지
/경기도 백일장 수필공모 여성일반부 우수상<조성심>용인문학회 부회장
이 곳에 오면 편한 사람을 만난 듯 님을 만난 듯 풍경이 정겹다. 구름 속 이불을 잡아 당겨 눈을 감아도 각성제를 먹은 듯 잠 못 이루는 달빛 그리움은 입덧과도 같이 가라앉질 않고 별빛은 자꾸만 나를 흔들어 놓는다.봄, 여름, 가을, 겨울, 나름대로의 멋을 지니고 있는 이 곳은 많은 연인들이 밟고 지나간 자리이기도 하다. 그 들 중 나도 한 사람일 것이다.드라이브를 하다 딸이 한 말이 생각난다.
호수주변 모텔을 보며 "백설공주네 집 나왔다고 박수를 치며 웃던 맑은 웃음소리가" 화려한 불빛에 지워지고 난 어느덧 삼십대 중년을 넘고 있다. 호수를 바라보며 사랑하지 말자, 사랑하지 말자, 다짐하면서도 산 끝 모서리부터 떨어져 나가기 시작한 가슴은 불치병처럼 어찌 할 수가 없다.
초저녁부터 물위를 걷기 시작한 별 빛은 새벽이 올 때까지 발톱 끝이 달도록 까마득한 밤을 향해 걷고 걸어도 호수 끝에 다다르지 못하고 숨을 거두어 버린다. 봄이면 산모롱이에서 제일 먼저 진달래를 만날 수 있는 곳, 아카시아 꽃이 봄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곳, 버들가지가 물 쪽으로 고개를 숙여 그리움처럼 몸이 불어 나는 곳, 누구나 편히 앉아 봄이 오는 길을 휴식처럼 느낄 수 있는 이런 명소를 나는 사랑한다.
여름밤이면 벼 포기를 흔드는 개구리 울음 소리를 멍석으로 덮고 싶다. 더러는 인가에서 모깃불이 타오르기도 하고, 고기 잡는 아이들도 만날 수 있고, 말을 할 줄 모르는 낚시꾼도 볼 수 있고, 보리밥 타는 냄새도 가끔은 만날 수 있다.
가을이 오면 산을 내려오던 단풍잎들은 물 속에 잠겨 수채화처럼 목숨을 풀고, 담을 넘는 어느 집 담벼락엔 감이 익어 무서리가 올 때까지 가을 하늘을 지키고 있다.
한 쪽 다리는 걷고 낫을 들고 논으로 들어가는 농부를 만날 수 있고, 고개숙인 수수깡을 참새가 밟고 지나 갈 때도 흔들린 만큼 곡식이 더 잘 익는 곳, 찻집에서 홀로 커피를 마셔도 외롭지 않은 곳 시민들의 쉼터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겨울이 오면 말없이 호수가 얼어붙어 얼음 밑에서 부딪치는 뜨거운 소리들은 생각을 만들고 바람은 더 단단한 얼음을 치며 두터운 껍질을 만든다. 하늘이 차고 달이 차가운날 산 속의 나무들은 더 깊은 생각에 몸을 떨고 원천유원지를 지나는 모든 사람들은 누구나 한 번쯤 내 고장을 생각했을 것이다.황혼의 주 살을 안고 찾아와도 좋을 곳,
백발이 되어 버린 그 날도 난 이 길을 걷고 싶다. 오늘처럼 그리워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