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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나무가 전하는 말

용인신문 기자  2006.07.24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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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나무에게로 갔다
딱딱한 가슴팍을 열고
내게 하는 말

수북히 떨어진 꽃의 살점은
마지막 따뜻한 호흡까지
똑똑 분질러 하나씩 제 씨앗을 생산하고

하얀 분가루 내리는 이 밤에
미련 없이 추락한 에미의 팔이며
다리이며 몸뚱이며 맥박이란 것을

뿌리가 수액을 올려
창문 열린 나무 꼭대기까지 올라오면

환한 달빛에 목화 같은 살점들이
때글때글 내려가고 환생하는 푸른 아가들은

깜박 잠에 취해 놓친 시간도
밤 새 쏟아지는 푸른 빛에

오물오물 달빛 먹고 완성된 단단한 고집은

쉬지 않고 사랑을 베어
먹은 때문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