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장기를 꽃은 유람선과 태극기를 꽃은 배가 강 위에서 놀이를 한다. 두 뱃사공은 강 중심을 경계선으로 서로 넘어서지 않고 영업행위를 한다. 그러나 둘은 가끔 서로 배를 건너가서 반주를 곁들이기도 하는 사이다.
“자네 요즘 소원한 듯하네?”
“우리 사인 항상 그렇지 않던가? 경쟁관계지만 항상 같이 살아야 할 운명인데, 뭐 소원한 게 있겠어?”
“아냐, 요즈음 윗동네 자네 사촌이 무력 시위를 하더니, 자네도 조금 달라진 것 같아.”
“다르긴, 나야 항상 변함없는 자네 우방 아닌가?”
“고맙네. 그런데 자네 주인과 우리 대감마님도 저 섬 때문에 티격태격한다면서. 서로 소유권 주장하면서, 사람을 보내 땅 측량 한다면서?”
“그냥 괜스레 서로 시위하는 거 아니갔어?” “그래도 그렇지, 자네 사촌이 불화살 쏘아 올리는 급박한 상황에서, 자네 어른께서 측량선을 보내 으름장을 놓으니, 우리 주인이 너무 황당해하지 않겠어?”
“어쩌겠나? 두 집이 붙어 살다보면, 담장 쌓기 싸움은 늘 있잖아?”
“오성의 재치와 권율의 너그러움이 같이 어울리는 여유 속에서는 무엇인들 안 되겠나? 그런데 온 동네가 다 시끌뻑적한 요즈음에 그런 주장을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글쎄말야. 요즘 자네 마을에서는 우리 동네 사람들을 싫어한다면서?”
“요즘 들어 자네 사람들에게 싸늘한 눈초리 보내는 건 사실이야. 자네들 특사도 떠나라고 협박 전화하는 사람도 있데.”
“서로 연결해주는 중간 상인도 쫓아버리면, 어떻게 대화가 되겠나? 민단과 조총련이 괜히 형제애를 과시하느라고, 자네들 심사를 건드렸을 거야.”
“그래, 남북이 진짜 형제처럼 사랑한다면 그렇게 굳이 소리 내서 말할 필요가 있을까? 그냥 조용히 더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감동해서 도와주지 않겠어? 사랑도 하지 않으면서, 괜히 소리만 높이니 더욱 왕따만 당하잖아?”
“문제긴 문제야. 그래, 우리 마을 사람들은 목소리 내길 너무 좋아해. 다들 천박한 정치꾼인가봐.”
“우리 두 마을의 외교문제를 다루는 나이 지긋한 촌장이 없어서 그래. 역시 연륜과 학덕이 있어야 되나봐,” 일장기 뱃사공이 한숨지으며 계속 말한다,
“자네 마을 TV에선 연일 두목이 나와 자기 사촌을 두둔 한다면서? 피가 물보다 진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무리 쌍둥이라도 이념이나 생각은 서로 다를 수 있지 않갔어? 국제사회에선 그렇게 하면 우습게 볼텐데.”
“너희 마을 촌장이 ‘남북한의 도발에 맞설 방어적 대응력을 갖춰야 한다‘고 외쳐대니, 우리 마을사람도 싫어하지. 우리가 저 섬에 좀 집착한다고 해서 이웃끼리 서로 싸워서야 되겠나?”
“나도 아네. 그러나 꾼들이 그렇게 하는 데 어쩌겠나?”
“동네싸움이 어디 나고 싶어서 나나. 상황이 변하면 그렇게 되는 거지. 그래서 너네 동네사람들이 나와 북쪽 사촌을 같이 보는가봐.”
“그럴지도. 전쟁이 나면 자넨 사촌 편 들 거 아닌가? 평소에 이념보다는 피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걸로 봐서는 그럴 것 같은데.”
“우리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해도, 너희들이 그렇게 보고 있으면 이미 그렇게 되지 않겠어? 믿음이 행위를 결정하잖아.”
“그러게 우리 마을 대표단이 자네 동네 갈 때도 잘 대접해서 화해 정신 좀 심어주지 않고. 굳이 푸대접 할 건 뭔가?”
“우리 주인이 돌아가시면, 좀 나아지겠지. 그 때까지 기다려봄세.”
“외교적 상처는 영원히 가는 법일세. 주인이 바뀐다고 곧 바로 정상회복이 되면 참 다행인데. 그러길 기도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