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서북부지역의 난개발 문제는 최근에 끝난 4·13 총선에서 최고의 화두였다. 각 후보자들은 저마다 이 지역의 마구잡이식 개발에 대해 재검토 또는 중단을 공약했다. 이에맞춰 건교부와 용인시도 난개발의 원천봉쇄를 위해 3층이상 건축물의 신규허가 제한 등을 내용으로 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같은 약속은 전형적인 ‘뒷북행정’으로 받아들여질 만큼 이미 이 지역은 난개발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다. 그 실상을 소개한다.<편집자주>
②사라지는 녹지지역
용인서북부지역의 녹지가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대규모 택지개발에다 민간건설업체들의 아파트 건설붐으로 이 지역 전체면적 123.5㎢의 15%인 18㎢의 녹지가 훼손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택지개발로 인해 훼손된 녹지면적이 12㎢를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도 반증된다. 지난 88년 토·주공의 기흥 구갈·영덕지구 33만2958㎡에 대한 택지개발 지구지정을 계기로 시작된 이 지역의 택지개발 면적은 이미 완료됐거나 추진중인 곳을 포함하면 2000년 4월 현재 모두 450만여평. 그만큼 녹지면적도 사라진 꼴이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아직도 중소 규모로 진행중인 주택건설이 자연녹지를 잠식하고 있다. 환경전문가는“대규모 건설현장 못지않게 이로인한 환경파괴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우려했다.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이 지역 준농림지와 자연녹지에 건축허가된 연립 및 단독주택의 대지면적은 3만여평. 이중 90% 이상이 자연·보존녹지에 집중돼 있다. 지역전체가 숨막히는 콘크리트 공간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26일 오후 3시께 광교산 등산로로 이어지는 수지읍 동천리의 한 전원주택단지 공사현장. 녹색으로 뒤덮혀있어야할 산자락이 시뻘건 황토빛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곳에서 버려진 것으로 보이는 잘린 나무들과 잡목 등은 여기저기에 내팽겨져 있었고 대신 회색빛 콘크리트 건축자재가 즐비하게 쌓여있었다. 같은 시각 부지조성을 완료하고 분양에 들어간 인근 H 전원주택 단지도 사정은 비슷했다.
콘크리트 축대가 층층이 산허리를 휘어감고 있었으며, 단지와 접해있는 임야 수십여평도 나무가 잘려나간채 흉물스럽게 변해있었다. 이같은 실정은 고기리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중소규모의 주택건설 현장은 마찬가지였다. 동천리의 한 주민은 “불과 몇해전까지만 해도 고즈늑한 농촌풍경을 간직한 이곳이 갑작스레 주택건설 붐이 일기 시작하면서 주위환경이 급속도로 황폐화되고 있다”고 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