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아이 대신 시아버지를 살린 며느리

효에 대한 전설…42번국도에 끊겨 아쉬워

용인신문 기자  2007.01.02 00:00:00

기사프린트

   
 
‘용인의 산수이야기 저자’ 이제학씨와 함께 걷는 ‘한남정맥’-9 / 메주고개~부아산

■ 며느리의 효심 서린 ‘멱조현 고개’
삼가동에서 동백지구로 넘는 메주고개는 멱조현고개다. 지금은 큰 길로 변했지만 예전에는 2차선도로로 구불구불 굽어 위험한 길이었다.
수여선(수원-여주) 증기열차가 다녔던 이곳은 고개가 높아 터널입구에서 열차가 걷다시피 오르던 곳이다. 큰 길이 새로 났고 그 길을 따라 경전철공사를 하고 있지만 화운사 앞길이 옛길이다. 화운사길 옆으로 용인배수지정수장 울타리 밑으로 정맥꾼들이 붙여 놓은 리본을 따라 울타리 철조망으로 좁다란 길이 송전탑까지 연결된다.
메주고개 멱조현(覓祖峴)은 할아버지를 찾는 옛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삼가리에 홀로된 시아버지를 모시고 외아들을 키우며 사는 한 시골부부가 살고 있었다. 이들 부부는 비록 가난하지만 남들이 부러워 할 만큼 부친을 잘 봉양했다.
할아버지 또한 손자를 끔찍이 아껴주어 항상 집안에는 화기가 돌았다. 그러던 중 남편이 부역 때문에 여러 날 집을 비우게 되었다. 남편이 없는 동안 며느리는 시아버지를 극진히 모시고 시아버지는 아들 대신 나무를 해서 시장에 내다 팔았다. 시아버지가 돌아오실 때쯤이면 항상 아이를 업고 배웅을 나가 고갯마루에서 시아버지를 기다렸다.
그러던 어느 날 밤이 깊어도 시아버님이 돌아오질 않았다. 등에 아이를 업은 며느리는 조금 더 조금 더 하는 마음으로 앞으로 나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길을 헤매게 되었다.
한참을 헤매다 가까운 곳에서 사람의 비명소리를 듣고 다가가보니 사아버지가 호랑이와 죽음을 무릅쓰고 싸우고 있었다. 이 광경을 본 며느리는 호랑이를 크게 꾸짖으며 네가 정말 배가 고파서 그런다면 내 등에 있는 아이라도 줄 테니 우리시아버지를 상하게 하지 말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아이를 호랑이에게 주자 호랑이는 아이를 물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겨우 정신을 차린 시아버지는 손자를 잃은 슬픔에 오열하였다. 며느리의 간곡한 애원으로 집으로 돌아온 시아버지는 울면서 나는 이미 늙어 죽어도 한이 없는데 어찌하여 어린 자식을 죽게 했느냐 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며느리는 자식은 다시 낳을 수 있지만 부모는 어찌 다시 모실 수 있겠느냐 하며 마음 상하지 않으시길 새삼 부탁하였다. 시아버지는 며느리가 더욱 마음 아파할까봐 겉으로는 슬픈 척도 하지 않았다는 효에 대한 교훈적 전설이 멱조현을 지나는 이들의 마음을 숙연하게 한다.

■ 송전탑 아래 금잔디의 유혹
송전탑을 지나치면서 오르막 이후 평지길은 왼쪽으로 화운사 지붕을 보며 진행한다.
화운사는 비구니 절로, 능인선원(강원)은 공부하는 여스님이 있는 조계종에 속한 큰 사찰이다.
산 길과 산이 잘 어우러지는 마루금은 작은 산마루에서 갈린다. 계속 앞으로 가면 동백지구 서쪽 산으로 봉우리가 두개인두리봉으로 고인돌까지 이어진다.
왼편으로 돌아 내려서는 정맥 길은 남쪽엔 소나무 북쪽엔 참나무가 구별되는 길로 화운사 안테나를 지나면 자동차 소리나는 쪽에 정신병원과 효자병원이 있다.
조수보호구역 말목이 있는 곳에서 내려서면 정신병원 앞길 절개지가 보인다. 절개지 왼편의 비탈길은 매우 위험하다.
그래도 정맥꾼들은 이곳을 통해 성산주유소로 내려선다. 지금은 내려서 봤자 42번국도 중앙분리대를 넘을 수가 없다. 결국 서쪽아래 정신병원 앞 건널목으로 이동하여야 하며 인도가 없어 위험천만이다. 등산객이나 동물들을 위한 생태이동로 조차 없다는 것이 못내 아쉽다.
절개지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등산로와 묘지길이 모여 병원 앞으로 내려선다. 신호등을 받아 정신병원앞으로 이동하면 된다. 길을 건너면 다시 동쪽 신작로를 따라오르면 절개지로 오를수 있다. 절개지 앞으로 놓인 넓은 길도 산을 돌아 능선으로 오르게 됨으로 야간산행자는 이 길로 오르는 것이 좋을것 같다.
절개지로 올라 정신병원고개를 따라 능선으로 이동한다. 산마루를 넘으면 정신병원 뒤로 통하는 길과 만나는 궁말고개다. 이곳부터 산능선까지 오름도 걷기 편한 곳이다. 멀리 철탑을 따라 오르면 커다란 송전탑이 두 개가있다.
남쪽 송전탑 아래로 금잔디가 산객을 유혹한다. 한 번 앉아 포근한 풀냄새를 맡고 가는 곳이다. 햇볕이 강렬하게 그리고 멀리 용인의 상징인 문화복지행정타운이 시야에 들어온다.
금잔디에 포근히 안긴 꿈속같은 길은 남쪽으로 이어진다. 이제부터 산속 송전탑이 길을 안내한다. 송전탑 건설때 차량이 다녔던 능선길은 원상복구로 작고 조잡한 소나무로 길을 연다. 결국 송전탑 근처에서 커다란 절개지를 또 만난다. 삼거리에서 지곡리로 넘는 고갯길이다.
산넘어 부아산 아래 영진골프랜드에 골망이 보인다. 왼쪽으로 돌아 내려서면 묘지옆이다.
길다란 알미늄계단의 묘지길이라 위험하다. 계단을 통해 지방도로에 내려선다. 길건너 절개지보호 철망끝으로 영진골프랜드를 끼고 다시 부아산 자락 절개지로 오른다. 마루금은 남쪽으로 솔가래가 쌓인 산길을 따라 능선에서 갈림길을 만난다.
오른쪽 능선은 지곡리쪽으로 가는 길이다. 왼쪽으로 부아산을 향한 능선은 급경사다.
줄을따라 오른곳은 무선안테나가 있는 부아산 정상이다. 아담한 팔각정 주위로 철봉과 나무의자가 자리했고 산아래 용인대학이 내려다 보인다. 왼쪽의 길로 내려서면 철봉 왼쪽길 끝에 부아산 거북바위가 부아산 정산을 올려다본다.
멀리 성산의 남쪽모습이 삼거리마을과 잘어울어 진다. 계속내려 가면 용인대학으로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