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의 산수이야기 저자’ 이제학씨와 함께 걷는 ‘한남정맥’-14 / 가현치~칠장사
■ 미륵의 고장 안성
가현치를 출발하면 한남정맥의 마지막 구간인 칠장사에 이어진다.
82번지방도로 아래 덕산 저수지와 마을 전경은 목가적이다. 절개지 왼쪽으로 리본을 따라 오르는 길은 가파르다. 언덕위로 올라서면 여기도 정맥마루금이다. 소나무 참나무 길로 이어진 봉우리는 상봉이다. 상봉에서 조금가다 보면 헬기장이 나온다. 헬기장에서 내려서면 덕재고개다. 서낭당처럼 돌무더기가 있다. 완만한 산길은 국사봉을 향해 남쪽으로 길이 나있고 국사봉 7부능선에서 왼쪽으로 길이 휘어진다. 국사봉 정상 100미터를 남겨두고 지름길이다.
국사봉으로 올라가면 헬기장으로 커다란 바위 아래로 대학캠퍼스 남품소류지와 멀리 고삼저수지가 보이는 전망 좋은 곳이다.
안성은 미륵상이 많이 분포되어 있어 미륵신앙의 중심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후삼국의 궁예가 미륵이라고 자칭하고 자신의 모습을 미륵으로 만들어 놓았던 곳이 바로 이곳 국사봉 아래라고 한다. 다시 마루금 길로 들어서 완만한 길과 커다란 바위, 그리고 솔잎이 깔아준 솔잎카페트를 지나 내려서면 덕골고개에 도착한다.
덕골고개를 올라서면 송전탑이 자리하고 있고 큰 길이 임도처럼 나 있다. 길 왼편으로 절개지를 따라 올라서면 국사봉 중턱 고즈넉한 곳에 자리잡은 절에서 목탁 치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헬기장이 나타난 후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돌아 내려서면 넓은 공터로 통하는 조경석이 보인다. 길을 따라 왼편으로 내려서면 대성사노인복지원이 있다. 절 앞으로 들머리에 리본이 있다.
결국 앞도로를 따라가도 만나는 길이지만 정맥꾼들은 끝까지 마루금을 찾아간다. 좁다란 능선길은 검정흑으로 발을 무겁게 한다. 한참 후에 절개지로 미끄러져 내려서면 포장도로 가운데로 소나무와 산죽이 어울리는 동산이 길을 양쪽으로 나눈다. 기념 촬영하고 길을 넘어서면 이번에는 걷기 편한 즐거운 산길이 시작된다.
■ 죽일·죽이 -> 일죽·이죽
콧노래 부르고 싶은 곳 앞으로 덕산 저수지 수면이 금빛을 선사한다. 소나무 숲을 오르고 내리기를 몇 번 하면 길은 태정마을 끝 집 울타리를 따라 이어진다. 길은 직선이며 좁은 능선으로 한우농장 옆으로 이어지며 뜨락식당 앞 지방도로로 올라선다. 가현치에서 이어진 길이다. 저수지뚝이 보이는 곳에서 길로 들어서면 지나는 차량이 많다. 삼죽으로 통하는 길로 노인회관을 지나 정류장 너머 삼죽면사무소 정문으로 들어선다. 면사무소 뒤편 복지회관 샛길로 마루금이 이어진다.
산다랭이를 따라 올라서면 능선이 마루금이다. 묘지를 피해 오른 능선은 큰 길 앞에서 절개지를 만난다. 길옆으로 주차장처럼 차들이 많다. 왼쪽 끝으로 이동해서 내려서면 묘지 길로 죽산 만남의 광장 휴게소로 내려선다.
원래 이곳 이름은 죽일면 죽이면 죽삼면 이었는데 부르기가 거북해 일죽 이죽 삼죽으로 부르게 됐다고 한다. 광장 앞으로 4차선 고속화도로를 넘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길 건너 공사 중인 나대지쪽으로 들어서며 절개지를 따라 올라서야 된다. 왼쪽 길을 오르면 그 능선이 마루금이다. 그리고 고개를 넘 듯 산길을 따라가면 비포장도로로 내려선다. 녹배고개다. 고개 옆으로 흰색의 마리아상과 건물이 보인다. 가파른 고갯길을 오르면 좌측으로 김갑세 장로의 묘가 보인다. “평생 외길로 주님만을 보며 걸어갔다” 라는 묘비가 산객들을 숙연하게 만든다. 마루금은 계속 남쪽으로 이어진다.
고개에 올라서니 366.4m의 삼각점이 있는 도덕산이다. 길을 내려서며 좌측으로 올라 갈림길쯤에 멋진 평원을 만난다. 신정목장이다. 저 멀리 산 아래까지 뻗어 있는 초지는 멋진 알프스의 초지 싸운드오브뮤직에서 느끼는 그런 배경이다. 조금 아래 홀로선 나무아래에서 기지개를 피며 소리 질러본다. 모두 아름다운 노래되어 사진 속으로 빨려들어 왔다. 그리고는 영화의 주인공처럼 뒤로 넘어지며 풀 속에 잠겨 버렸다.
농장경계는 녹슨 철조망이 마루금으로 변했지만 농장의 추억을 담아 오르는 이에겐 철조망이 보일 리 없다. 산마루는 평평했다.
아무 표지판도 없다. 지도상으로는 관해봉 같았다. 그리고 또 올라선 봉우리엔 관해봉이란 표석이 있다. 빙 둘러 나무에 둘러 쌓아 봉우리 그리고 한쪽에 매어놓은 수 많은 리본이 있는 이 봉우리가 칠장산이다. “야~호” 소리 여운이 채끝나기도 전에 헬기장에 도착했다.
■ 역사의 보고(寶庫) 칠장사
이제 한남정맥의 종착점이 산 아래 있다고 생각하니 지나온 산길이 머리를 스쳐간다.
헬기장에서 내려서는 길은 매우 편하고 넓다. 아주 넓은 안부에 이정표는 칠현산으로 오르는 길과 칠장사로 내려서는 길로 나누어진다. 안부에서 칠장사까지의 내리막길은 환상의 산책로다.
칠장사는 안성시 죽산면 칠현산에 위치한 대한불교 조계종 2교구 용주사 말사로 636년 선덕여왕 5년에 자장율사가 창건했다. 고려 초 혜소(972-1054)스님이 홍제관을 짓고 수도할 때 7명의 악인을 교화하여 득도의 경지에 이르는 현인을 만들었기 때문에 산 이름을 칠현산이라 했다.
현존당 우로는 대웅전, 원통전, 영각정, 명부전, 천왕문, 요사체가 있다. 칠장사에는 국보가 있다. 오불회괘불탱화 국보제 296호다. 경기도문화제 34호 인목대비친필족자 경지문화제 114호 대웅전 115호 소조사천왕상 보물 488호 혜소국사비등 문화적가치가 많은 유물을 보유한 큰 사찰이다.
특히 혜소국사비는 높이 227cm 넓이127cm로 현재 귀부와 이수가 분리된 채 전각에 보관되어 있다. 절 내에는 임꺽정의 스승 갓바치가 병해스님이되어 임꺽정이 칠장사를 자주 찾았다는 이야기와 속칭 꺽정불이 전한다. 절 맨 위에 위치한 7악인 7현인으로 제도된 일곱 현인의 화신을 모신 나한전은 어사 박문수가 기도를 드리고 장원급제 했다는 당시 과거시제인 몽중등과시의 현장이 칠장사다.
절 입구에 당간지주(찰간대)는 지방유형문화 제39호이며 우리나라에선 제일귀한 당간지주로 역사적 자료다. 사찰은 대대적인 불사로 크게 복원해 많은 시민들의 관광코스로 알려져 찾는 이 가 많은 절이다.
유난히 많은 산죽을 끼고 칠장사 뒤편으로 들어서며 한남정맥 답사는 끝이 난다.
지지대고개를 시작하여 긴 산행을 마치며 우리주의에 아름다운 산들 그곳에 담긴 이야기들 모두 내 가슴에 깊이 각인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