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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청소년 문제 학교 탓이 아니다

박남숙/용인시의회 의원

용인신문 기자  2007.02.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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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영양학 전문가인 일본 이와테 대학 오사와 히로시 교수는 영양소가 결핍된 식생활이 청소년 범죄와 유관하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이유 없이 폭력을 휘두르고 난폭한 행동을 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는 이유는 불균형의 식단에 있다는 것이다.

또한 「먹고 싶은 대로 먹인 음식이 당신 아이의 머리를 망친다」는 책에서는 패스트 푸드와 인스턴트 식품의 섭취가 뇌에 미치는 섬뜩한 폐해를 고발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섭생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만 요즘은 지천에 널린 게 먹을 거리여서 무엇을 먹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공자는 음식에 대하여 매우 까다로운 입장이었는데 제철에 난 음식이 아니면 섭생하지 않았고, 생김새가 반듯하지 않으면 입에 대는 법이 없었다고 전해진다. 논어에 보면 ‘자른 고기가 바르지 않으면 먹지 않고 상주와 함께 밥상을 대할 때는 배불리 먹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데, 공자의 이런 까다로운 밥상 앞 수칙은 자리를 가려 앉는 다는 철학과 일맥상통하고 있다. 공자는 매일 섭생하는 밥상에서 인간의 기본적인 예의범절이 나온다고 보았던 것이다. 밥상머리에서 장유유서가 지켜지고 여기에서 가족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다.

가족이란 인류의 가장 기초적인 집단이며, 인간형성의 최초 규정자이기 때문에 여러 학자들은 가족을 제1차적 집단의 첫머리에 꼽는다. 여기에서 식탁은 가족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중요한 매개체였을 것이다.

조선시대 임금들은 대궐 안의 음식 장만 하는 일을 맡아보던 관아인 사옹원이라는 곳에서 공급하는 기름진 산해진미로 수라상을 받았다. 군왕들은 오직 지존이라는 이름 때문에 홀로 식탁을 받았는데, 폭군적 기질이 나오게 된 원인도 혼자 밥 먹는 대궐의 풍속 때문은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요즘 시대는 바쁘다는 핑계로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하는 일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심지어는 부부간에도 함께 식사할 겨를이 없다. 가족끼리 대화가 없으니 어느 세월에 교수적인 가르침을 가질 수 있겠는가? 옛날부터 밥상머리 교육은 식사 예절과 함께 자녀들이 장차 사회생활을 하면서 지켜야 할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주는 교육의 장이었으며, 바른 인성을 가르쳐 주는 강의실이었던 것이다.

어른이 먼저 수저를 들고 나서야 아이들이 밥을 먹기 시작하는 자기낮춤과 섬김의 자세를 배우는 곳, 밥 한 톨 흘리지 않고 남김없이 밥그릇을 비워내는 것을 배우면서 음식의 소중함과 배고픈 사람의 고통을 알 수 있는 곳이 밥상머리였다.

그런데 인성이 파괴되고 거칠어져 가는 청소년 문제를 학교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밥상머리에서 나누던 대화가 사라지고 가족이라는 공감대가 상실된 마당에 누구를 탓하랴!
민족의 미래를 위해서는 밥상머리의 교육을 복원해야한다. 편리하도록 만들어진 식탁을 끄집어내고 두리반을 복원해야 한다. 아무 때나 시간이 되는대로 먹을 수 있도록 차려진 간편한 식탁이 아니라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상을 차려야 한다.

잘못된 식생활 문화가 건강을 해치고 문제를 야기한다. 청소년 문제 절대 학교 탓이 아니다. 오늘의 청소년 문제는 밥상머리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