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개봉했던 영화 ‘동감’을 보면 1979년도 영문과에 재학 중인 소은(김하늘)과 2000년도 광고창작학과 2학년생인 지인(유지태)이 21년이라는 시간을 초월해 무선통신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이처럼 시공을 초월해 통신을 한다는 것은 만화나 영화, 혹은 상상속에서나 가능하지만 같은 시간 라디오나 TV와 같이 전파를 통해 나의 목소리가 먼 곳까지 전달돼 많은 사람들이 들을 수 있다면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언제까지나 상상속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사단법인 한국112무선봉사단 용인지단(지단장 조정호)은 무선통신을 이용해 자신들이 원하는 지역봉사를 펼치고 있다는 것.
조 지단장은 “우리는 무선통신을 하던 사람들이 모인 단체가 아니라 내고장과 지역주민을 위한 봉사활동을 펼치기 위해 모인 것”이라며 “봉사를 하다보니까 무선통신이 꼭 필요했고 지금의 무선봉사단이 만들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비영리단체인 사)한국112무선봉사단 용인지단은 행정자치부 16호 소방방재청 재난상황관리단체로 지난해 1월 인준을 받아 현재 14명의 단원이 활동한다.
이들은 자격증을 필요로 하는 아마추어 무전기 ‘햄(ham)’과 간단한 교육을 마친 후 사용할 수 있는 생활무전기 ‘CB’를 병행하면서 재난과 재해, 범죄,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나 혹은 발행할 것에 대비하고 있다.
아마추어 무전기만 고집하지 않는 것은 이들 모두가 무전기를 통해 구성된 단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회원 중 절반은 ‘햄(ham)’ 무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라이센스를 취득해 순찰을 떠날 때마다 자격증이 없는 회원과 동행해 봉사활동을 펼치지만 비영리단체이다 보니 사무실 하나 구하는 것도 쉽지만은 않다.
조 지단장은 “회원 대부분이 서울 본단에서 활동하다 용인지단을 만들 계획을 듣고 모였지만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한 단체라서 그런지 어려운 점이 많다”며 “사무실도 찾다 못찾고 헤매던 중 지인을 만나 동부동 지금의 사무실을 사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활동 초기에만 해도 마땅한 장소가 없어서 노상이나 주차장, 하천 다리 밑에서 미팅을 하기도 했다”며 당시의 모습들을 회상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매주 한번씩 모여 상황근무자를 정해 놓고 야간순찰을 나서며 취객들을 상대하고 청소년범죄예방에 앞장선다.
또한 서울을 비롯한 인근 지역에서 큰 행사가 열리거나 재해, 재난으로 이웃들이 낭패를 보게 됐을 때 인근에 위치한 다른 지단과 함께 도움의 손길을 건내준다.
이때도 그들 옆에 꼭 붙어 있는 무전기는 언제나 단원들의 눈과 귀가 되어 준다.
한편 조 지단장은 “지단에서 사용하고 있는 ‘햄(ham)’무전기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듣고 있는 라디오와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기분이 좋을 때(날씨가 맑고 전파가 잘 전달될 때)는 저 멀리 제주도와도 교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기분이 안 좋을 때에는 정신병원고개 때문인지 동부권과 서부권 사이에도 교신이 잘 안될 때가 있다”며 지형으로 인한 어려움도 토로했다.
하지만 남들이 감히 해보지 못했던 일들을 통해 작은 쾌락을 얻으며 주위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을 것이다.
비록 영화 ‘동감’에서는 두 주인공의 슬픈 만남으로 마지막을 장식하지만 112무선봉사단의 활동들은 이웃과 지역을 밝게 웃게 해주고 더욱 아름다운 사회가 되기 위한 원동력이 되주고 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 중 1%를 이웃에 환원하기 위한 모임인 112무선봉사단은 자신들과 함께 행복한 사업을 벌일 봉사자를 모집한다. (연락처 011-9775-5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