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동안 독지가에 의해 운영되던 무료급식소가 재정난으로 문을 닫게 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지난 2004년 3월 경안천변 술막다리 아래에 무료급식소라는 플래카드가 걸린 비닐하우스가 등장했다.
하남시 풍산동에 사는 유수봉(70) 옹이 경기도 광주와 안성 등에 이어 용인에도 무료급식소를 차린 것이다.
유 옹은 자신과 아내가 편안히 누울 집 한칸 마련치 못했지만 직접 가꾼 채소를 팔아 얻는 수입 전부를 독거노인과 장애인, 노숙자들의 한끼 식사에 쏟아 부었다.
유 옹이 직접 재배한 채소와 쌀을 가져다 주면 자원봉사자들이 밥과 반찬을 해 40~50여명의 노인들에게 한끼 식사를 대접했다.
물론 경안천변에 급식소가 위치하다 보니 장마철에는 급식소가 물에 잠기기 일쑤였고, 날이 추운 겨울에는 매서운 바람이 불어 식사를 위한 장소로는 부적합했지만 따뜻한 식사가 그리운 이들에게는 진수성찬이었다.
다행히 지난해 12월에는 용인시가 새롭게 신축한 새마을회관 건물을 알선해 줘 급식소를 새마을회관 지하로 옮길 수 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유 옹이 경제적인 어려움에 부딪치면서 급식소를 지원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용인 뿐 아니라 17년이 넘는 시간동안 유 옹이 운영하던 5개의 무료급식소도 사정이 어려워진 것은 마찬가지다.
무료급식소 운영을 돕던 봉사자들은 “유 옹은 용인시와 경기도의 보조금을 받아 수익사업을 하는 새마을회와 적십자가 함께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데 협의가 돼 이제는 자신이 급식소를 지원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고 말했다”며 “이후 연락을 시도했지만 두절됐다”고 말했다.
무료급식소 운영에 어려움이 생기자 봉사자들은 용인시에 재정적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시 관계자는 “새마을회관은 지자체의 지원금이 아닌 자체적인 수익사업을 통해 운영되는 곳”이라며 “아직까지 새마을회에 약간의 보조금이 지원되고 있다”고 난색을 표했다.
이에 새마을회 관계자는 “회관이 건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급식소 운영에 대한 예산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급식소 운영을 위해 지역 내 기업들과 협의 중에 있지만 아직까지 결정된 사항이 없어 무료급식소가 언제 다시 운영될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에서는 이러한 무료급식소에 대한 지원이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사회 복지 단체가 공익적 사업을 위한 지원을 받고 싶으면 신청서를 제출해 정식절차를 거치면 된다”며 “신청을 하면 시에서 지원할 부분은 지원하고 지원이 힘들다면 후원사와 연결해 줄 수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또 다른 시 관계자는 “기초수급자가 아닌 사람들도 이용하고 있어 시에서 지원할 명분이 없다”며 “기초생활수급자나 형편이 어려운 노인과 학생들에게 정부에서 식대와 생활비가 지원되기 때문에 시의 지원은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봉사단체 관계자 A 씨는 “무료급식소에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닌 사람들이 있어서 지원할 수 없고 수급자 또한 정부의 지원 때문에 지원이 안된다면 시에서는 아예 도움을 줄 생각조차 없는 것 아니냐”며 “사회단체 보조금은 지원하면서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사업에는 지원할 수 없다는 용인시 행정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답답함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