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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꿈을 위로하고 치유”

용인문학회, 김선우 시인 초청 강연회 ‘성황’

김호경 기자  2007.03.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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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기는 절망과 희망, 선악미추가 한데 엉겨 자라는 어둡고 깊은 구렁텅이로부터 출발할 것 입니다. 그것은 꿈의 숙명입니다. 문학은 그 숙명을 기꺼이 받아 안습니다. 꿈을 ‘꾸는’적극적인 정신의 행위인 문학이 ‘꿈’을 위로하고 치유합니다.”

용인문학회(회장 김종경)는 지난 8일 용인문학회 사무실에서 국내 대표 여류시인인 김선우씨를 초청, 문학 강연회를 가졌다.

통일시인 이기형 선생과 용인문학회, 용인문인협회, 차령문학 회원 등 50여명이 모인 가운데 ‘시와 낮꿈 꾸기’란 주제로 열린 이번 강연회에서 김선우 시인은 “낮꿈 꾸기는 글쓰기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는 불가사의한 문학적 환희와 추동력의 원천”이라며 “문학행위란 글을 쓰는 것뿐만 아니라 궁금해 하고 사유하고 상상하고 영감을 구해 그 모든 순간의 교감과 알맹이들을 어떤 형식으로 빚어낼까를 고민하는 기나긴 과정”이라고 차분하게 강의를 펼쳤다.

‘에코-페미니즘(생태-여성주의)’시인으로 불리는 김선우는 1970년 강원도 강릉 출생으로 강원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1996년 ‘창작과비평’ 겨울호에 ‘대관령 옛길’ 등 10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04년 ‘피어라, 석유!’란 작품으로 제49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00년 첫 번째 시집 ‘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을 출판했다.

이후 2003년 ‘도화 아래 잠들다’와 2002년 산문집인 ‘물 밑에 달이 열릴 때’ 등을 출간하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피어라, 석유!

김선우

할 수만 있다면 어머니, 나를 꽃 피워주세요
당신의 몸 깊은 곳 오래도록 유전해온
검고 끈적한 이 핏방울
이 몸으로 인해 더러운 전쟁이 그치지 않아요
탐욕이 탐욕을 불러요 탐욕하는 자의 눈앞에
무용한 꽃이 되게 해주세요
무력한 꽃이 되게 해주세요
온몸으로 꽃이어서 꽃의 운하여서
힘이 아닌 아름다움을 탐할 수 있었으면
찢겨진 매혈의 치욕을 감당해야 하는
어머니, 당신의 혈관으로 화염이 번져요
차라리 나를 향해 저주의 말을 뱉으세요
포화 속 겁에 질린 어린아이들의 발 앞에
검은 유골단지를 내려놓을게요
목을 쳐주세요 흩뿌리는 꽃잎으로
벌거벗은 아이들의 상한 발을 덮을 수 있도록
꽃잎이 마르기 전 온몸의 기름을 짜
어머니, 낭자한 당신의 치욕을 씻길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