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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경찰서야? 갤러리야?

유치인·가족들 위한 문화적 배려 ‘화제’

김미숙 기자  2007.04.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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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경찰서(서장 구본걸) 유치장. 이곳은 기존 유치장과는 크게 다른 분위기가 눈길을 끈다. 마치 유명 갤러리에라도 온 듯한 느낌마저 든다.

유치장으로 향하는 입구에는 수준 높은 글씨와 그림들이 촘촘히 걸려 있고 대나무 족자가 시원스럽게 사람들을 맞이한다. 유치실 마다 유치인들의 안정을 위한 그림도 여러 점 걸려있다.

한국현대시 100년 친필 시 액자도 20여개나 된다. 윤동주의 서시, 고은의 그 꽃, 김남조의 사랑초서, 신경림의 목개장터. 교과서에 실린 시들이 모두 유치장으로 가는 길목에 걸려져 있다. 이뿐 아니다. 유치장으로 들어서면 탁한 공기 대신 허브의 신선한 향이 가득하다. 습도 조절과 공기정화를 위해 숯과 가습기 등도 설치되어 있다.

경찰서 이은정 수사과장은 “다른 유치장과 차별을 두기위해 차분하면서도 조용한 고품격 이미지로 친근감이 들도록 했다”며 “유치인들은 물론 유치인을 찾아오는 가족, 친지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마련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변화는 외관 뿐 아니라 유치인들의 편의에도 적용됐다. 유치인들에게 실시간 뉴스 시청, 신문 등도 자유롭게 볼 수 있게 하고 있으며 지역 기관단체에서 기증한 책 300여권을 비치해 언제든지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유치인들과 가족들을 위해 면회실도 갤러리로 탈바꿈 해 놓았다. 우리나라 유명작가들이 소장하고 있던 얼굴을 모자이크해 놓은 작품과 조개로 만든 작품, 정물화, 풍경화, 지영환 수사지원팀장의 붓글씨까지 모두 34점이나 걸려있다. 또 화장실에는 여성유치인들이 수치심을 느끼지 않게 음악소리가 나오는 에티켓 벨을 설치했다.

구본걸 서장은 “지역주민은 이제 규제대상이 아니라 우리의 진정한 고객이다”라며 “유치인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실무자들과 유치인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용인경찰서를 전국 최고의 ‘인권 경찰서’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