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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막혔던 3일… ’

5세 남자아이, 여름캠프 야외 수영장에서 혼자 사라져
이틀밤 꼬박 세우고 만 42시간만에 산속 사찰로 들어와

민·관·군, 3일간 수색작전에도 발견못해

이강우 기자  2007.07.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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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캠프에 참가한 어린이가 실종 3일(만 42시간)만에 발견돼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용인경찰서(서장 구본걸)에 따르면 지난 13일 용인 영진테마파크 수영장에 놀러왔던 박 아무개(5세·남)군이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잠시 한 눈을 판 사이 실종, 만 42시간동안 길을 잃고 산 속을 헤매다 인근 사찰에서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약간의 자폐증 증세가 있는 박 군은 이날 어린이집 여름캠프 차 영진테마파크를 방문, 수영을 마치고 옷을 갈아입는 도중 실종됐다.

이날 저녁 실종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구본걸 서장이 직접 지휘하며 타격대와 중앙 지구대 경찰을 동원, 다음날 새벽까지 일대를 수색했으나 실종아동을 찾지 못했다.

이후 14일 오전부터는 55사단 172연대 3대대 장병들과 용인경찰서 방범순찰대 대원을 동원, 이 일대 야산을 비롯해 민가 등에 대한 대대적인 수색을 벌였다.

또 한국 인명구조견 협회의 지원을 받아 구조견을 투입하고, 모범운전자회 등에 도움을 요청해 수배전단을 배포했다.

영진테마파크 측도 사건 발생 다음날인 지난14일 하루 동안 수영장 영업을 폐쇄하고 수영장 내 물을 빼 수색하는 등 실종 아동을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 때까지 아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사람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수영장에서 외부로 나가는 모습의 CCTV 화면을 분석, 유괴 등의 범죄보다는 단순 실종에 무게를 두고 수색활동을 강화했다.

실종 이틀 후인 지난 15일 오전 11시 경, 인근 사찰로부터 실종아이로 추정되는 아이를 발견했다는 내용의 제보가 접수됐다. 실종된 지 꼭 42시간 만이었다.

신고자는 사건 발생지로부터 약 1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사찰의 보살 임 아무개(26세·여)씨.

임 씨는 “실종아동이 방으로 걸어 들어오며 ‘배고프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전날 본 수배전단 속 아이임을 직감하고 신고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군이 사찰에 들어온 직후 음료수와 빵을 허겁지겁 먹는 등 탈진한 기색이 역력했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발견당시 박 군의 온몸에 나뭇가지에 긁힌 상처가 가득했고, 발바닥에 가시가 박혀 있었다”며 “실종이후 산속을 헤맨 것으로 추정 된다”고 말했다.

박 군은 곧바로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병원으로 옮겨져 건강상태를 확인했으나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무엇보다 큰 탈 없이 아이를 찾아 기쁘다”며 “수색활동에 협조해 준 군 관계자를 비롯한 시민들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수색에 참가한 장병들은 박 군을 무사히 찾았다는 것에 안도하며 “성인도 혼자 산 속에서 이틀 밤을 보내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박 군이 장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고 말했다.

박 군의 부모는 지난 2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박 군의 상태에 대해 “정밀진단을 받아봐야 하겠지만 현재까지 외형적인 문제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아이를 찾는 순간에는 반가운 마음이 앞섰지만 이후 42시간 동안 아이 혼자 산속을 헤매며 받았을 충격을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안정을 위한 시간을 갖은 후 경찰과 도움을 준 모든 분들을 찾아가 감사하다는 인사를 꼭 하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