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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은 한 세기에 한 번 나올 법한 천재 예술가!”

박숙현이 만난 사람 | 구보다 시게코

김미숙 기자  2007.07.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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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 나이스, 원더풀.”

지난 27일 기흥구 상갈동 경기도박물관 옆에 지어지고 있는 ‘남준백 아트센터’(백남준 미술관의 새이름) 현장을 찾은 미망인 구보다 시게코는 연신 감탄을 외쳤다.

현장에는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생전에 부수고 먹기까지 했던 피아노 형상의 건물이 올라가고 있었다.

구보다 시게코는 KBS가 창사 80주년 기념 특별전으로 마련한 ‘백남준 비디오 광시곡’ 행사에 초청 인사로 한국을 방문했다.

전 날 KBS 신관 특별전시장에서 있은 개막행사에 참석한 시게코는 생전 백남준의 다양한 행위를 재현한 백남준 오마주, 미디어퍼포먼스, 임동창의 백남준을 위한 헌정 무대, 현대무용가 안은미의 퍼포먼스, 비디오아트전시 등을 대하며 울었다.

생전의 백남준처럼 흰 남방에 헐렁한 멜방 바지차림으로 바이올린을 줄에 단 채 끌고 다니는 ‘땅에 끌리는 바이올린’을 보면서 남편 생각이 났다. 임동창의 아리랑 연주때도 남편이 떠올랐다

“남편은 생전에 아리랑을 즐겨서 연주했어요.”

백남준의 생일이 지난 20일이었기 때문에 그녀는 생일 세러모니라고 생각하며 봤다고 말했다.

“젊은 시절 세계를 누비다가 이제야 겨우 한국에 돌아왔어요.”

백남준 작품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을 물으니 그녀는 거대한 ‘거북’을 이야기 한다.

전시회 팸플릿에 ‘장수의 상징 거북’으로 한글 설명이 붙어있는 것과는 달리 작품 ‘거북’은 백남준이 거북선을 모티브로 제작한 작품이라고 설명해 놀라웠다.

“거북선은 이순신 장군이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이긴거라면서 거북선 작품을 만들었어요. 그렇게 속 깊은 곳에 애국심이 있는 줄은 몰랐어요. 그는 수원백씨에요. 가족이 모두 하꾸다로 창씨개명을 했는데 백남준만은 하지 않았어요. 아리랑을 즐겨 연주 했구요.”

그녀는 용인에 지어지는 ‘남준백 아트센터’ 바로 앞에 있는 신갈중학교를 떠올리며 학생들한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 역시 비디오아티스이며 플럭서스 멤버로 활약하는 아티스트다.

백남준과 서로 비평도 하고 도움도 주고 받으면서 꾸준하게 아티스트로서의 동반자의 길을 걸어온 그는 오는 9월 6일 뉴욕에서 전시회를 갖게 되며, 내년 ‘남준백 아트센터’ 개관식에 맞춰 기흥구 마북동에 위치한 한국미술관에서 전시회를 가질 계획이다.

그녀는 내년 한국미술관 행사 제목을 ‘오마주 퍼 남준백’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백남준이 어떤 남편이었냐고 묻자 “예술가지 남편으로서는 아니다”면서 호탕히 웃으며 “한 세기에 한번 나오는 천재”라고 존경의 뜻을 표현했다.

“백남준은 존 케이지 100주년 때인 2012년 존 케이지를 위한 큰 음악회를 계획했었어요. 존 케이지 100세 때 연주해 주려고 했는데 그가 죽었으니 우리가 모두 힘을 합쳐 백남준 미술관 파크에서 존 케이지를 위한 백남준의 염원을 풀어줬으면 해요.”

김윤순 한국미술관 관장이 시게코에게 “백남준이 생전에 나에게 말하기를 자신의 작품에 시게코의 영향이 많다고 했어요”라고 하자 시게코는 “남편이 착해서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라며 백남준은 머리가 비상한 천재였다고 다시 한번 천재적인 비디오아티스트인 남편을 회상했다.

그녀는 봉은사에 모셔져 있는 백남준의 유해가 ‘남준백 아트센터’로 옮겨지기를 바라고 있으며 자신도 훗날 백남준과 함께 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용인시민증을 수여한 그녀는 일본 국제문화예술진흥회에서 그녀에 대한 예우를 해주겠다는 말을 단호히 거절하며 “나는 한국사람이다”라고 말했다.

*구보다 시게코와의 대화 나머지는 월간 더 굿 피플에 소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