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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혼 부부 로또 분쟁 2라운드

법원, “공동사용의사 있어 당첨금 나눠야”
원고 측 “재판부 납득할 수 없는 판결” 항소

김종경 기자  2007.08.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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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사실혼 관계로 지내오던 부부가 로또 1등 당첨금 19억원을 놓고, 실제 소유권자가 누구냐는 법정소송을 벌여 화제를 모았던 사건이 2라운드 법정 공방을 벌이게 됐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 28부(재판장 권택수 부장판사)는 최아무개(40)씨가 “맡겨둔 로또 1등 당첨금을 돌려 달라”며 사실혼 배우자인 김아무개(39)씨를 상대로 낸 보관금반환소송(2006가합23676)에서 “당첨금 19억여원에서 10억원은 남편 최씨 소유, 나머지는 부인 김씨 소유로 한다”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이미 법적분쟁으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고, 남남이 돼 법적 분쟁만을 남겨놓은 상태다.

원고 최씨는 “재판부가 사건의 본질을 잘못 판단했기 때문에 변호인을 통해 이달 말 항소이유서를 제출키로 했다”고 밝혀 제2라운드 법정 공방이 불가피하게 됐다.

# 로또 분쟁의 전말

지난 2001년 용인지역에서 헬스클럽 코치를 하던 최아무개(40·남)씨는 무속인 김 아무개(39·여)씨를 만나 결혼식을 올린 뒤 딸(4)을 낳고 살았다. 결혼 당시 두 사람은 모두 재혼이었고, 아내 김씨는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혼인신고를 거부했다. 결국 이들은 법적 부부관계가 성립되지 않은 사실혼 관계로 남게 됐다.

이들은 그러나 지난 2005년 8월 경 가정불화와 경제적 문제 등을 이유로 사실상 별거 상태에 돌입했다. 그런데 이들 부부에게 뜻하지 않은 횡재가 찾아온 것. 경기도 양평에서 식당업을 하던 최씨가 산 로또 복권 1장이 1등(총 당첨금 27억원)에 당첨되었기 때문이다. 최씨는 곧장 용인에서 철학원을 운영하는 별거 상태의 아내 김씨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이를 통해 원만한 가정과 화해무드가 조성되자 김씨는 최씨에게 “당첨금을 찾으러 가자”고 제안했다. 이에 최씨는 김씨와 함께 국민은행을 찾아 당첨금을 수령했다. 그런데 문제는 당첨금 수령 당시 최씨가 신분증을 가져오지 않아 김씨 신분증을 이용해 당첨금을 수령하면서 시작됐다.

최씨 부부는 당첨금 중 세금을 뺀 18억 8445만원을 수령, 이를 김씨 명의의 3개 통장에 나눠 입금했다. 이후 이들 부부는 돈 문제로 다툼이 생겼고, 급기야 아내 김씨는 “내 통장에 있으니 모두 내 돈이다.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최씨에게 선언했다.

결국 최씨는 지난해 12월 “당첨금을 쓰지 못하게 해달라”며 은행 통장에 대한 가압류를 신청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고, 김씨는 더 이상 자신의 통장에 있는 돈을 인출할 수 없게 됐다.

최씨는 법원에 “19억 원은 잠시 보관하라고 맡긴 돈이므로 돌려 달라”며 김씨를 상대로 소송을 시작한 것이다.

반면, 김씨는 “로또 복권은 좋은 꿈을 꿔 남편에게 돈을 줘 사게 한 것”이라며 돈의 소유권을 주장, 로또 당첨금의 실제 소유권자는 누구냐가 여론의 도마위에 오르게 됐다.

# 중앙지법 1심, 원고 일부 승소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4월17일 로또 당첨금에 대한 실소유권자는 자신이 돈을 줘서 로또복권을 사게 했다는 김씨의 주장을 기각, 사실상 최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그러나 “당첨금 수령 당시 원고와 피고가 별거중이긴 했으나 원고가 피고를 믿고 당첨금을 피고의 통장에 예치한 점, 원고 스스로 피고와의 관계 개선 차원에서 피고를 믿고 당첨금을 맡겼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향후 피고와 함께 생활하면서 부부공동으로 사용할 의사로 피고에게 맡긴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당첨금 중 1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원고가 그동안 부인으로부터 받았던 경제적 도움에 대한 대가와 향후 자녀에 대한 양육비 등의 명목으로 피고에게 증여하려는 묵시적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봐야 한다”며 원고가 10억원 부분에 한해 피고에게 보관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 원고측, 이달 말 항소이유서 제출

그러나 원고 최씨는 “재판부는 사실혼 관계의 부부였다는 이유만으로 피고 측이 일방적으로 주장했던 거액의 경제적 지원 내용 등을 물증이나 입증자료 없이 전적으로 판결에 인용한 것은 납득 할 수 없는 처사”라며, 강력반발했다.

최씨는 또 “당초 로또 복권 소유권 논란을 불러왔던 김씨의 심부름 주장 진위 여부 역시 기각됨에 따라 거짓임이 드러났다”며, 또한 “2005년 12월29일 법원으로부터 채권가압류인용결정을 받아 원심선고 이후 가집행 과정에서 확인한 결과, 피고의 통장에 남아있던 돈은 불과 9억 6000만원 정도 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이어 “그럼에도 2006년 9월5일(합의조정)과 2007년 3월27일(최종진술) 김씨는 법정에서 3억원밖에 인출하지 않았다는 등 거짓진술로 일관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현재 형사고발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원고 변호인 측은 항소이유서를 통해 “재판부는 원고가 자신의 돈으로 로또복권을 구입하여 당첨된 후 당첨금 수령 시에 피고에게 당첨금의 보관을 하게 하였는지, 그리고 임치 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되었는지를 판단해 원고가 로또 당첨금 반환청구권이 있는가 여부를 판단해 주어야 한다”고 밝혔다.

변호인 측은 또 “그럼에도 당사자가 주장하지도 않은 증여문제까지 판단해 변론주의라는 민사소송 원칙에 위반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주장, 재판부의 2심 판단이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