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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씨름판 ‘평정’…씨름명문 ‘등극’

탐방 | 용인초 씨름부

어려운 재정…후원회 등 지원 ‘시급’

이강우 기자  2007.09.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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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름이 힘들지 않냐고요 ? 운동 할 때가 가장 즐거운 걸요. 중학교에 올라가서도 계속 할 생각이에요.”

2002년 증평인삼배 전국 씨름대회를 비롯해 올해 제4회 학산 김성율배 전국 장사씨름대회 단체전 우승, 경기도지사배씨름대회 등 각종 전국대회를 섭렵하며 대한민국 초등 씨름계의 최고봉임을 입증한 용인초등학교 씨름부 선수들의 말이다.

용인초 씨름부는 지난 1992년 창단됐으나 크게 알려지지 못했다. 용인 씨름계를 양분하고 있던 백암의 장평초등학교와 양지 초등학교의 아성 때문. 하지만 90년대 중반 현재의 차진복 감독이 부임하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당시 장평초를 지도하고 있던 차 감독은 현재 용인씨름협회를 맡고 있는 이일수 회장의 간곡한 부탁으로 용인초로 스카웃 됐다.

이후 몇 년이 채 지나지 않아 전국 최강으로 이름을 올렸으니 성공적인 스카웃이라 할 수 있다.

차 감독은 “아이들이 훈련을 잘 따라주기 때문”이라며 모든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훈련 비결을 묻자 “흥미를 유발시키려 노력한다”고 답했다. 즐기는 운동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차 감독의 훈련법 때문일까. 지난 여름방학 내내 이어진 훈련에서 단 한명의 선수도 불참하지 않았다. 훈련이 즐겁기 때문이다.

주장을 맡고 있는 신경철(6·용사급)선수는 “힘들긴 하지만 모래판에 나와 땀 흘리며 운동하는 것이 재미있다”며 “친 형제보다 가깝게 느껴지는 동료들과 감독님의 지도 스타일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용인초 씨름선수들은 성인 씨름선수로의 꿈을 키우고 있다. 씨름의 재미에 푹 빠진 모양이다.

전통의 씨름도시인 대구·경북 지역을 제치고 전국 씨름의 메카로 불리는 용인은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비롯해 대학교까지의 연계교육과 백옥쌀 씨름단 등 실업팀 진출까지 가능하다.

어린 선수들이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텃밭은 마련돼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씨름계 안개속이다. 프로씨름이 없어졌으며, 민속씨름연맹과 대한씨름협회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 게다가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씨름에 대한 관심이 전과 같지 않다는 점이다.

차 감독은 “지금이 국내 씨름의 최고 침체기로 본다”며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선수수급은 물론 자칫 국기인 씨름의 명맥마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전국의 각급 학교의 씨름선수 수는 예전의 절반 이후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결국 씨름운동경기부가 하나 둘 사라지고 있는 것.

골프와 축구 등 구기종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학부모들의 호응도가 낮아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씨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용인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차 감독은 “처음 지도자를 맡았던 당시보다 선수가 현저히 감소하는 것을 느낀다”며 “씨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떨어지면서 선수 확보가 어려워지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현상은 씨름부에 대한 지원 부족으로 연결 돼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용인초 씨름부의 경우 수 년 동안 각종 전국규모 대회에서 상위권에 입상하며 학교와 지역의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해 왔지만 후원회조차 만들어지지 않았다.

학창시절 백암의 장터에서 열리는 씨름대회를 보고 씨름계에 입문했다는 차 감독은 “국기인 씨름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도가 낮아지는 상황이 아쉽다”며 “자라는 선수들에게 이렇다 할 미래마저 보여줄 수 없는 상항이 될까 두렵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열심히 훈련에 임하는 선수들을 보면 걱정이나 근심보다 희망찬 생각이 더 많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며 “어린 선수들이 마음 편히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려 한다”고 강조했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8월 말, 어린씨름 선수들은 9월 중 열리는 올해 마지막 전국대회 제패를 위해 흥겨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