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문제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명 전원주택으로 불리는 고급빌라 단지나 단독주택들도 난개발을 부채질하고 있는 주범이다. 소규모 전원주택단지가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암암리에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새롭게 등장한 것이다.
신도시가 가깝고 경부· 중부·영동고속도로가 지나가는 수도권 곳곳에는 시골마을 깊숙히 까지 대형평수의 전원주택단지들이 들어서고 있다. 건축허가조건이 공동주택보다 수월하다보니 영세업자들까지 틈새를 이용, 일부 지역에선 농지에 한 두 동씩 들어오던 다세대 연립전원주택이 수천세대의 빌라단지로 변하기도 했다. 주차시설이 필요 없었던 당시의 법 때문에 지금은 최악의 주차난을 초래했고, 급기야는 다세대 슬럼가로 변해 전원주택단지라는 말이 사라졌다.
특히 농촌마을 곳곳에서는 준농림지의 임야나 농지를 매입해 고급 전원주택단지들이 무더기로 들어서면서 산림훼손과 농지를 잠식시키고 있지만 정확한 통계치는 없다. 전원주택 건설업자들은 단지조성을 하면서 19세대 미만으로 건축허가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법망을 피하기 위해서다. 19세대 미만은 공동주택단지?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상하수도 확보에 제약을 받지 않아 지하수를 사용해도 무방하다.
따라서 농지전용이나 산림훼손허가만 받으면 그만이다. 또 도로폭도 일반 공동주택과는 달리 큰 제약이 없어 자동차 한 대만 지나가도 된다. 게다가 형식적인 우리나라의 환경영향평가조차 받을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결국 업자들은 전원주택단지 건축허가를 부분적으로 쪼개 받아 나중에는 비슷한 규모의 대규모 단지들이 군락을 이뤄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전원단지는 기존 마을보다 상류쪽에 자리를 잡는 경우가 많아 기존 마을의 식수원인 간이 상수도나 지하수가 고갈되는 사태까지 발생한다.
최근들어 아파트 건립이 어려워지면서 전원주택단지들이 난립하자 원주민들이 급기야 결사반대를 하는 상황이다. 처음에는 땅값이 올라 좋아했지만 가면 갈수록 농촌마을이 황폐화되자 원주민들의 생존권까지 위협받는 현실을 깨달았기 되기 때문이다.
<전원주택…빈부격차와 위화감 조성도>
한 두 채씩 들어서는 단독 주택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지만 기존 농촌마을 주변에 동호인들이나 전원주택건설 업체들이 집단으로 단지를 형성할 경우엔 지역정서의 위화감 善봉?물론 환경파괴의 주범이 된다. 그 동안은 농촌마을에서 발생되는 생활하수 등은 자연정화능력으로 치유가 되었지만, 단지가 형성되면서 자체정화 능력이 어렵게 됐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원주택이 보이지 않는 난개발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아름다운 녹지공간이나 농지들이 하루 아침에 수 없이 사라져간다. 또 순박했던 시골 주민들의 정서도 메말라간다. 수십년에서 수백년을 큰 변화 없이 살아오던 농촌 마을 주민들에겐 큰 변화임에 틀림없다. 생활환경이 전혀 다른 사람들이 몰려와 인사도 없이 고급 승용차를 몰고 마을 안 길을 드나들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마을 공동체 의식이 무너지면서 이웃사촌이라는 삶의 향기까지 사라져간다. 기존 원주민들과 융합을 잘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농촌 속의 도시인들은 이방인이다. 아니면 아예 단지내 이웃들끼리만 어울리는 상황이다.
빈부의 격차를 체감한 농촌 사람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위화감으로 인해 잦은 마찰을 빚기도 한다. 어떤 마을 원주민들은 마을안쪽에 전원주택단지가 별도의 도로 계획 없이 들어서려고 하자 자신들의 땅이 편입된 마을 안 길 사용을 결사 반대했다.
그러자 업체측이 마을 주민들?물밑 접촉하며 수억원대의 보상비를 지급해 도로사용 승낙을 얻어냈다. 그러나 주민들이 돈을 나누어 가지면서 문제가 발생해 마을 주민들끼리 검찰에 고소·고발을 벌이는 어처구니없는 사건도 있었다.
<한국의 베벌리 힐스는 없는가>
한국의 베벌리힐스라고 불리던 유명한 전원주택단지가 용인 동백지구 예정지 옆에 있다. 일명 향린동산으로 불리는 그곳엔 장·차관등 정·관계 인물과 교수, 사업가 등 우리나라에서는 내노라하는 인물들이 모여 살던 곳으로 외부인의 입출입 통제가 되는 곳이다.
외부에서는 보이지도 않는 산골짝 수만 평에 수영장, 저수지까지 들어섰고,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최고급 전원주택들이 폼을 내며 속속 들어섰다. 산림이 무성한 그곳은 별장식 동호인 주택으로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오던 곳이다. 불과 5∼6년전만해도 언론에선 초호화판이라는 비난을 했지만, 이젠 보편화된 현상으로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얼마전엔 임창렬 경기도지사가 그곳에 있던 장인소유의 집을 자신의 명의로 매입해 화제가 됐다.
부유층 집단의 상징처럼 불리우던 향린동산조차 이제 대형평수의 최고급 빌라들이 우후죽순 난립하고 있는 추세다. 더 이상 한국의 베벌리힐스라는 명성은 어울리지 않는다. 외국처럼 전원단지 개발도 철저한 도시기반시설을 완비한 후 자연환경이 보존될 수 있는 절제의 미덕을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세대들은 결코 푸른 자연 속의 전원 생활은 보장받을 수 없다. 무분별하게 개발된 대다수의 전원단지들이 그렇게 변하고 있듯이 말이다.
기득권층으로 분류돼 농촌 사람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하던 고급전원주택들조차 무분별하게 개발되는 것을 보면 우리의 전원생활이 언제까지 지켜질지 새삼 아쉬움이 느껴진다.
<절제의 미덕 지킬 때 전원생활 가능>
인간 본연의 고향인 자연을 찾아 삶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따라서 그렇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 자리잡고 있는 현대인들의 이기심은 항상 경계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지역 공동체 의식은 점점 사라지고, 내 집 안마당 정원만 잘 꾸미면 된다는 식의 이기적 발상은 자연의 가르침과 진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전원주택단지는 가장 아름다운 곳을 찾아 만들어진다. 따라서 인간 스스로 오염원이 되어 환경파괴에 앞장서고 있다는 것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 도시인의 도피처가 아닌 자연을 닮아가기 위한 삶의 공간이란 점을 거듭 되새겨보자.
약력: 용인문학회 회장
용인향토문화지킴이 시민모임 사무총장
한국유네스코 경기도협회 이사
용인YMCA 수지프로그램센터 운영위원
국제앰네스티 언론위원회 한국지부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