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문학회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이향란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슬픔의 속도(도서출판 지엔비 메이트)’를 펴냈다.
2002년 ‘안개時’에 이어 5년 만에 세상에 내 놓은 이번 시집에서는 무겁지만 편하고 슬프면서 밝은 그녀만의 잠재의식을 엿볼 수 있는 75편의 시를 만나볼 수 있다.
이 작가는 “첫 번째 시집이 연작시라 자유시의 특징을 살리지 못해 이번에는 슬프지만 다양한 표현을 엮어 볼 수 있었다”며 “시집에 담겨있는 슬픈 시어들이 문명의 발달로 감성의 희로애락, 슬픔, 자제 등을 잃어버린 세상에 슬픈 감정을 통해 서로를 진실 되게 느끼고 깊이 있게 들어가 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향란 시인은 강원도 양양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을 졸업하고 1993년 ‘자유문학’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슬픔의 속도 Ⅰ
쏟아지는 빗속, 사람들이 뛰고 자동차가 달린다 채찍질해대는 빗줄기, 젖어야 한다 젖어야 젖지 않는다 세상모든것 흰 목덜미를 드러내며 벌이는 향연 저 멀리 온갖 힘을 다해 달아나는 네 바퀴 밑으로 울음이 깔려 부서진다 슬픔에 점화된 마른 잎사귀들 온갖 냄새 풍기는 젖은 몸들이 희미하다 연기가 피어 오른다 집과 소, 돼지를 밀고 가는 저 물살이 번쩍! 쏘아본다 물기어린 것들이 다다를 바다, 푸르른 눈물기둥이 툭 불거질 그 바다 파도 속 켜켜이 다시 일렁이는 것, 거품 일며 굴러오는 저 둥근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