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제일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직 중인 청유(淸遊) 이구남 시인이 처녀 시집 ‘들꽃은 바람을 타고’를 펴내 화제를 모으고 있다.(북갤러리 刊)
이 시인은 가을 들꽃이 절정을 이루던 10월의 마지막 날 첫 시집을 탄생시키면서 “시를 마음에 담을 때 눈물이 난다”며 들꽃 같은 감회를 밝히고 있다.
이 시인이 운영하고 있는 인터넷 사이트 ‘돌돌돌’은 회원들의 격려 글이 쇄도해 마치 가을 들녘을 장식했던 들꽃처럼 화려하다.
돌짱이라는 닉네임으로 더욱 유명한 이 시인은 지난해 8월 한울 문학으로 등단하기까지 아이들을 사랑하는 교사들의 인터넷 동아리 ‘돌돌돌’을 10년 넘게 운영하면서 아침 글을 배달해 왔다.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오랜 시간 시어를 다듬어온 그는 이번 시집에서 ‘들꽃은 바람을 타고’ 연작을 비롯 ‘기억에 흐르는 사랑’ 연작 등 90여편의 시를 선보이고 있다.
삶의 고달픈 여정, 외로움을 노래하다가도 생을 관조하는 여유를 넘나드는 그는 만남, 이별, 그리움, 기억 등 오랫동안 잊고 지내던 시어를 바람에 가득 싣고 와 독자를 깊은 사유의 세계로 안내한다.
그의 시집 이름이기도 한 ‘들꽃’은 산하를 가득 메우고 살고 있는 우리들의 자화상. 열 번을 살아도 결국 들꽃으로 살아가는 들꽃들은 그저 흐르는 바람결에 몸을 의지한 채 비렁뱅이 주정뱅이 등 수많은 뱅이들로 살아갈지라도 그들의 허공에 들꽃으로 피어날 줄 알고, 밉쌀 맞은 뱅이들에게 찌든 담요를 덮어주는 아줌네의 인정으로 피어나기도 한다.
그렇지만 결코 외로움과 적막 속에서만 피어나지 않고 희망을 가꾸는 아이들의 꿈속에서도 영원히 노래할 것을 시인은 잊지 않고 있다.
“... 가진자 마음 모두 주고/ 돌아온 빈 배// ... 흑 회색 갯벌 위/ 지나는 생명마다/ 푸른 음성으로 불러 담은/ 바다의 시, 빈 배// 빈 배로 간다.”(‘빈 배로 간다’ 중에서)
“...허덕이며 가지말고/ 땀나도록 가지말고/...하늘햇빛 바라보며/ 세상잊고 그냥가자//...속진을 떠나 산으로 간다.”(‘속진을 떠나 산으로 간다’ 중에서)
그는 세상의 온갖 상념을 비우고 그 빈 마음 자리를 생명의 푸른 음성으로 가득 채운 채 속진을 떠나 산으로 가고 싶어하는 들꽃의 이야기를 또 다른 바람 결 이야기로 흘러가게 해 줄 것을 약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