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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review/청산으로 가는 길

동서양을 넘나드는 가슴벅찬 지혜

용인신문 기자  2007.12.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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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오일장에서 국밥과 막걸리를 파는 어머니가 세금을 내지 못하자 세무공무원이 들이닥쳤다. 그날,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세무공무원이 되었다는 사람.

세무공무원 17년, 세무사 자격을 취득하고 용인에서 세무사 ‘청산’사무실을 낸지 10년, 그는 전공책 두 권을 이미 출판했다.
2006년 1월 1일 용인에서 고향안동까지 8박 9일 도보여행 기록을 묶어 이번에 ‘청산으로 가는 길’ 수필집을 내었으니, 그를 이제 작가라고 불러도 당연하리라.

작가가 쓴 책에는 사마천 , 퇴계, 공자, 카네기, 마스시타고노스케, 동서양을 넘나드는 193명의 인물과 고-현대시 43수가 담겨있다.

불교와 유대교, 기독교-종교의 경계를 뛰어넘는 방대한 지식의 편린들이 포도알처럼 영글어 있다.

도보여행 기록이라고 가볍게 책을 넘기기 시작했다. 차츰 밑줄 그어가며 마음에 저축해야할 정신과 작가의 경험으로 육화된 철학이 녹록치 않았다. 책장을 넘길수록 뒷덜미에 죽비를 맞고 있는 놀람이 이어졌다.

작가는 용인의 역사와 인물, 뚜벅뚜벅 두발로 걸어 지나갔던 고장의 유래와 명소들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역사에 대한 인식과 앎은 이미 일상의 즐거움을 너머 지독한 독서의 양과 깊이를 보여주고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진학을 포기했을 때의 좌절과 세무사 시험을 향한 결단, 늦은 공부를 독학사로 출발해 하나하나 이루어 나가는 행보가 이 책을 잔잔한 감동으로 젖게 한다.

작가는 이 과정을 안락지대의 탈출이라고 말하고 있다. 적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다는 징기스칸의 말을 화두로 삼아 살아온 삶의 궤적이 행간마다 땀방울이 되어 문적문적 묻어난다.

작가는 신이 최선을 다해 정진 할 수 있는 일터를 준 것이 우리들 직업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사업, 돈, 명예-모든 것은 인간관계 안에서 이루어지므로 친구는 1000명도 적고 적은 한 명도 많다고 제시하고 있다.

작가는 어머니가 종교였다. 항상 행동의 기준이 어머니가 어떻게 보실까, 이것이 어머니를 기쁘게 해 드리는 일일까? 세시간이면 차로 가는 길을 작가는 8박 9일 걸어서 어머니에게로 갔다. 그리고 돌아와 글을 썼다.

12월 27일, 사람들에게 안동의 하회탈과 장승, 춤꾼을 불러와 우리에게 한바탕 잔치를 하잔다. 작가는 혼자서 걸었던 길을 우리에게 펴 보이려 한다. 그날의 눈발과 회한과 가슴벅참을 많은 이들에게 선물로 주고자 한다.

밑줄 친 수 많은 문장과 인물이 몸을 일으켜 큰 지렛대가 되는 책. 작가 김명돌의 ‘청산으로 가는 길’이다.
박수자 | 용인예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