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호법면 유산리 소재 냉동물류창고인 ‘코리아2000’의 냉동창고에서 불이 나 무려 40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참사가 빚어졌다. 특히 이번 화재참사는 안전 불감증이 낳은 후진국형 ‘인재’라는 점에 그 충격을 더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11월 CJ물류창고 화재로 사망한 고 윤재희 소방관의 죽음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한 달여 만에 발생한 대형 화재참사로 충격과 함께 주위에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7일 오전 10시45분께 호법면 유산리에 위치한 ‘코리아2000’ 물류창고 지하 기계실에서 우레탄 작업중 유증기가 폭발하면서 화재가 난 것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 작업중이던 인부 40명이 사망했다. 또한 이곳에서 작업중이던 57명의 인부 중 10여명이 중경상을 입고 인근병원과 서울 등지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한편 이번 불로 71억5000여만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냉동창고는 밀폐된 지하공간으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하자 유독가스가 순식간에 번지며 희생자들이 대피로를 찾지 못해 인명피해가 커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 가운데 이날 안개가 자욱한 날씨로 환기가 잘 되지 않았으며 유증기가 지하에 많이 찬 점도 화재를 키운 것으로 추정됐다.
이천소방서 관계자는 “사고가 발생한 ‘코리아2000’ 지하1층 기계실에서 우레탄 발포작업중에 시너 유증기가 발화하며 처음에 폭발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며 “유증기가 폭발하며 연이어 10초 간격으로 3번의 연쇄폭발이 있었고 건물이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관계로 순식간에 지하 1층 전체로 불길이 옮겨 붙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고가 발생하자 이천시는 사고수습대책본부를 구성하고 이천시민회관에 합동분향사무소를 설치하는 한편 유관기관 대책회의와 유가족 설명회 등을 열며 사고수습에 들어갔다. 그러나 화재현장에서 뿜어낸 불길과 열에 시신이 심하게 훼손됨에 따라 육안으로 신원 파악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경찰은 치아의료기록 대조작업과 DNA 감식 등을 통해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한편 대형참사로 이어진 이번 화재와 관련 소방점검 소홀과 허술한 건축법, 인허가 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어 향후 수사진행상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사제공 : 이천저널 편집국장 이백상>
“하늘이 원망스럽고…”
중국동포 13명중 7명이 일가족으로 밝혀져
경기도 이천 냉동창고 화재참사 사건이후 이천시민회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는 유가족들이 토해내는 통곡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숨진 40명의 위령패 앞에는 이들을 추모하는 국화가 수북이 쌓였다.
사망자의 신원이 하나 둘씩 확인되면서 혹시나 하는 바람마저 무너진 유가족들은 바닥에 이마를 찧으며 눈물을 쏟아냈다. 고 최승복(53)씨의 부인은 남편의 위령패를 보고 죽음을 비로소 실감한 듯 바닥에 주저앉으며 “정말 죽었구나”라고 울부짖었다.
숨진 중국동포 13명 가운데 7명이 일가족인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아들과 며느리를 포함한 일가족 7명을 잃은 강태순(66·여)씨의 두 눈은 빨갛게 충혈돼 있었다. 이번 화재로 강씨의 아들 조동명(44)씨와 며느리 박정애(44)씨, 여동생의 남편 박용호(60)씨와 아들 박영식(31)씨 등 4명과 박영식씨의 처남 김군(26)씨와 고종사촌 손동학씨, 조동명씨의 매형 엄준영씨 등 3명이 사고현장에서 숨을 거뒀다. 강씨는 여동생과 함께 2000년 한국에 들어와 6년만인 2006년 한국국적을 취득한 뒤 가족들을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 하늘이 야속하다”고 말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들 중 강씨 아들의 시신은 확인됐지만 나머지 가족들의 시신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분향소를 찾은 윤종훈(37)씨는 슬픔에 겨워 몸을 가누지 못했다. 숨진 윤종호(32)씨의 형인 종훈씨는 분향소에서 사고현장으로 가는 본보 기자를 붙잡고 “동생의 최근 흔적이 담긴 휴대전화를 꼭 찾아달라”며 울먹였다. 그는 “아직까지 전화를 걸면 신호가 가지만 혹시나 배터리가 나갈까봐 더이상 전화를 걸지 못하고 있다”면서 “지난 5일 동생이 ‘마무리 작업 중이니 곧 찾아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고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숨진 우민하(38)씨의 아버지 희선(67)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줄곧 일만 하며 살아온 효성 깊은 아들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믿을 수가 없다”며 바닥만 응시한 채 한참을 서있었다. 그는 “3개월 전에 아들을 만난 것이 마지막 만남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면서 “경기도 광주의 여관에 묵었던 걸로 아는데 죽은 아들 유품이라도 얼른 가서 챙겨야겠다”며 발걸음을 옮겼다.
눈물로 얼룩진 분향소를 찾은 유족들은 서로 부둥켜 안고 오열하면서도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사망자의 시신을 찾지 못한 데다 ‘코리아 2000’ 회사측 관계자들이 제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족들 가운데 일부는 주변 집기들을 마구 집어던지기도 했다. 유족들은 “제발 시신만이라도 빨리 찾아달라”며 조속한 신원 확인을 간절히 소원했다. 이들은 “어제 회사측 관계자가 유족들 앞에 나타나서 얘기를 했어도 이렇게 분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수십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한 집안이 풍비박산 났는데 수 억원을 준들 무슨 소용이냐”고 회사측을 원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