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최초 실용 위성,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지상 관제국과 통신 두절…사실상 사망 판정

김호경 기자  2008.01.14 00:00:00

기사프린트

김호경 기자의 인터넷세상 나들이84/ ‘아리랑 1호’의 실종


지난 1999년 12월 21일 미국의 캘리포니아주의 반덴버그공군기지에서 발사되었던 우리나라 최초의 다목적 실용위성인 ‘아리랑1호’가 실종됐다.
대덕연구단지에 위치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 http://www.kari.re.kr)은 지난달 이상이 감지돼 ‘안전 모드’로 위성 작동을 전환한데 이어, 지난달 30일 아침 10시부터 통신이 불안정했고, 밤 9시30분부터는 교신이 아예 끊어지면서 원내 지상 관제국과의 통신이 두절됐다고 밝혔다. 이대로 지상 관제국과 교신이 계속 실패할 경우 사실상 사망 판정을 받아 수명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편집자 주>

△ 우리나라 최초의 위성 아리랑 1호
한국항공우주연구소를 비롯하여 한국과학기술원(KAIST)·한국전자·통신연구소 등 연구소와 대한항공, 삼성항공, 현대우주항공, 대우중공업 등 국내 7개 기업이 참여해 만들어진 아리랑 1호는 1999년 12월 21일 미국의 오비탈사이언스가 제작한 토러스로켓에 실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반덴버그공군기지에서 발사되었다.

음속의 20배가 넘는 속도로 움직이는 아리랑1호는 98분에 한번 지구를 돌며 한반도와 그 주변부에 대한 전자지도 제작·해양관측·우주환경 관측 등 3가지의 주요 임무를 수행 해 왔다.

2241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아리랑1호는 주 카메라인 해상도 6.6m의 전자광학탑재체(EOC) 외에 해양관측용인 저해상도 카메라가 장착되어 있으며 1초에 2회씩 촬영을, 120장의 사진을 대덕단지에 있는 지상국으로 보내왔다.

△ 향년 8세 장수위성
아리랑1호의 당초 기대수명은 3년. 그런데도 올해까지 8년을 정상 동작했으니 위성치고는 장수한 셈이다. 최근 발사되는 방송위성들도 수명이 길어야 10년인 것을 감안 하면 할일은 다 한 셈.

지난 8년 동안 지상 685Km 상공에서 지구를 돌며 하루에 14바퀴 반씩 4만 3000여 번을 돌고 또 돌았다. 2006년 7월 태어난 동생 ‘아리랑2호’의 카메라에 비하면 초라해 보이지만 하루 네 차례 우리나라 상공을 지나면서 아리랑1호가 찍은 위성사진만도 약 44만장, 속된말로 본전은 다 뽑은 것이다.

처음으로 우리 기술로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전역을 관측한다는 자부심을 키워준 아리랑1호가 눈을 감아도 한반도 관측엔 문제가 없다. 더 밝은 눈을 가진 동생 아리랑2호가 있고, 내년에는 한반도를 24시간 관측할 수 있는 통신해양기상위성이 발사된다.

첩보위성으로 손색이 없는 해상도 70㎝ 카메라를 장착한 아리랑3호와, 야간 촬영이 가능한 아리랑3A호도 각각 2011년, 2013년에 우주로 나갈 예정이기 때문이다.

△ 아리랑1호 이대로 우주미아가 되나?
이번 통신두절의 원인으로는 전력이나 전자부품 계통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많은 위성들이 태양 전지판에서 만든 전력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지상과 통신이 두절되는 경우가 많다. 항우연은 우주에서 날아오는 고(高)에너지 입자에 전자회로가 손상됐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일부에선 궤도를 유지하게 하는 로켓의 연료가 떨어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하지만, 3~4개월에 한 번 정도 아주 제한적으로 로켓을 점화했기 때문에 연료는 많이 남아있었다고 한다.

항우연 연구원들은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고 계속 통신 재개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대로 통신이 계속 두절되면 궤도 수정을 못하게 돼 1년쯤 지나면 지구 대기권으로 진입하면서 불타버릴 가능성이 높다.

여러 정황을 고려해 볼 때 아리랑1호는 결국 우주쓰레기(우주미아)가 되는 변수가 없다면 통상적인 방식에 따라 묘지 없이 ‘화장(산화)’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열심히 일해 준 우리나라 최초의 위성 아리랑1호의 명복을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