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백남준 2주기 추모 행사 및 전시회 개막식이 펼쳐진 마북동 한국미술관(관장 김윤순).
수많은 인파가 밀려들지는 않았지만 이날 행사는 굵직한 무게가 실린 행사였다.
고 백남준 선생의 미망인인 구보다 시게코의 작품을 비롯해 우리나라의 내로라는 작가들의 작품이 한국미술관의 터를 딛고 일어섰다.
한국미술관은 이번 행사를 위해 기존의 미술관을 자비를 들여 손을 봤고, 그 옆에는 용인시의 지원으로 새로운 미술관을 마련했다. 새 집 냄새가 채 가시지 않은 새로운 미술관에 플럭서스의 맴버이며 비디오예술가인 구보다 시게코 여사의 작품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작품 활동을 펼치는 김명희(서양화), 김승희(금속), 박성원(유리), 송수련(동양화), 신상호(도조), 원문자(동양화), 육근병(설치), 전수천(설치), 정경연(섬유), 조덕현(설치), 조영남(설치), 박찬수 (불교조각가) 등의 작품이 전시됐다.
역시 김윤순 관장의 탁월한 기획력이 유감없이 돋보였다. 중요무형문화재인 김금화의 추모굿은 참가자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마당에서 백남준은 김금화의 몸을 빌어 자리를 함께한 미망인의 건강을 염려했다. 한쪽 눈이 없는 아들이라도, 혹은 딸이라도 있었으면 외롭지 않았을 것이라며 홀로 남은 부인을 안타까와 하기도 했다.
그는 또 다리는 저기서, 머리는 여기서라며 세 나라에 나뉘어 모셔진 그의 유해에 대해 언급, “근데 이제 한국 땅에 왔으니 좋고, 내 집을 짓는다니 거기가 내집이야”라며 신갈에 짓고 있는 백남준 아트센터를 자신의 집이라고 했다.
그는 미망인에게 자기 생각 말고 오래오래 살라면서 “때 거르지 말고, 밀가루만 먹지 말고, 한국에 와서 밥도 먹고, 된장국도 먹고, 김치도 많이 먹어요. 시퍼런 야채, 채소 많이 먹고, 고기먹지 말어, 나처럼 이렇게 많이 먹고 뚱뚱해 지면 안돼, 왜 이리 뚱뚱해졌을까, 잘 살고 이다음에 우리 만나자, 만나자, 만나자...”백남준은 몇 번이나 만나자는 말을 하며 흐느껴 울면서 “힘내, 힘내” 했다. 또 주위 사람들에게 “이렇게 해 줘서 고마워요”라며 하늘로 하늘로 올라갔다.
그가 행복한 마음으로 하늘로 올라간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참으로 신기하게도 한국미술관 마당에 무지개가 섰다.
이날 추모 행사를 시작으로 30일부터 4월 30일까지 한국미술관 본관과 신관에서는 작품전이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