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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 음악회

강성구/ 수지시민연대 공동대표

용인신문 기자  2008.03.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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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알리는 봄비가 평년보다 일찍 찾아 왔다. 아침 햇살이 나뭇가지 사이로 비추고 사람들의 감성에서 향기가 느껴지는 것을 보아 분명(!) 봄이 시작된 것임에 틀림없다.

아파트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던 13년 전의 수지는 오늘처럼 봄비라도 내린 뒤에는 유럽의 베르사이유 궁전보다 더 멋진 전원속 풍경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강남의 도심지와 흡사한 콘크리트 숲에서 회색 빛 봄을 연출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지난 날 전원도시 수지를 그리워하고 있는가 보다.

처음 수지에 아파트가 들어서는 소위1지구는 광교산 토월약수터 밑의 나지막한 양지에 위치하였고 입주한 주민이 약수터의 물을 떠다먹는 모습은 선택받은 자들의 특권인 냥, 복 받은 냥, 서로에게서 인심을 확인하고 정겨움을 가지고 있었다.

심지어 지역의 식당에서 약수터 물을 길어다 식수로 쓰면 그 집의 영업 철학이 보증될 정도였다. 그럴 정도니 분명(!) 광교산과 약수터는 수지에 온 많은 입주민들로서는 소중하고 또 자랑스러웠으리라….

서울 강남 등지에서 놀러 온 많은 사람들에게 약수터의 물을 대접하며 광교산을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것은 듣는 이로 하여금 수지에 살고 싶게 하였다. 하지만 결국은 그것을 빌미로 삼아서인지 무자비하게 아파트 숲이 들어서게 되면서 옛 모습을 그리워 할 정도가 되고야 말았다.

먼저 입주한 주민이고 새로이 입주하는 주민이고 간에 살기 좋다고 서로들 수지에 정착하고 보니 교통이 정체되기 시작하고 편의 시설이 부족해 지는 등 여러 생활 여건의 미비가 많은 입주민들의 불편을 가중시키며 실망을 안겨 주면서 난개발의 단어가 난무하게 되었다.

무계획적인 상태에서 개발업자의 욕구에 걸 맞는 인성과 자연에 대한 소위 ‘무자비한 횡포!’

드디어 참을 수 없는 주민이 하나 둘씩 약수터 주변에 앉아 “이건 아닌데” 하면서 난개발은 그만해야 된다며 목청을 높이 외치기 시작하였다. 수지에 아니 용인에 살기가 쉽지만은 않은 게 사실인 듯 싶다고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해당 건설업체는 물론이고 용인시청을 비롯한 관계기관에 진정과 시정 그리고 해결책을 요구하는 과정이 이어졌다. 이런 거칠어진 함성과 행동은 결국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서로에게 상처를 주었고 그래서 힘든 반성도 겪게 만들었다.

그 때나 지금이나 봄비가 내리는 것을 보니 추억이라 생각되지만 그렇다고 정리된 것은 아니다. 거칠어진 자신들을 돌아보며 광교산이 그리웠고 그래서 어머니의 품을 오르내리며 심성을 달래야만 했다.

그래서 푸르른 수목이 어우러진 숲 속에서의 현악4중주가 더욱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매년마다 열리는, 올 5월에도 열릴 ‘숲 속 음악회’는 그래서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고운 음악의 선율을 빌어 자연의 존귀함을 새삼 느낌으로 우리네의 삶을 돌이켜 반성하고 인간의 순수한 본위로 돌아가려고 하고 있다. 사랑하는 마음을 열어 보다 여유 있고 부드러운 자유를 구가할 수 있다면 그것이 광교산이 바라는 어울림일 것이다.

야외에서의 공연은 연주자에게 힘든 장소임은 분명하나 한번 경험한 연주자일수록 자꾸 더 서고 싶어 함은 숲 속 음악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알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난개발을 저지하고 치유함에 있어서 숲 속 음악회를 시작으로 보다 더 높은 이해와 사랑 그리고 무분별한 개발에의 자제로 서로가 상생하는 문화를 일구어야 할 때이다.

재작년 어느 노부부가 서로 손을 꼭 잡고 숲 속 음악회에서 연주를 감상하였는데 애석하게 작년에 한 분이 돌아가시면서 일생에 있어서 숲 속 음악회의 분위기가 제일 행복했었다는 이야기가 심금을 울리 듯 수지의 아름다운 전설이 만들어 지고 있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