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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디는 노동자가 아닌가?"

용인신문 기자  2000.09.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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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가 끝난 후 기자는 사진을 찍기위해 웃어달라고 그에게 말했다.
잠시 머쓱히 웃더니 이진희씨(38·한성CC 노조원)의 표정이 이내 굳었다.“동료들을 생각하면 어떻게 웃을 수 있겠어요.”
직장폐쇄로 끼니도 거른채 농성중인 한성CC의 노조원들을 생각하니 이것도 아니될 짓 같아서였다.
그는 요즘 자신에게 붙어다니는 유령같은 꼬리표에 시달리고 있다.
‘한성CC’의 ‘캐디(경기보조원)’였으며 지금은 직장폐쇄로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노조원’이며 또한 폭력행위로 가담했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경찰서에서 취조를 받아야 하는 ‘피고소인’의 신분이다.
노조원들에게 사사건건 욕설을 퍼붓고 보조원들의 샤워장까지 들이닥치는 등 상식밖의 행동을 했던 회사의 아무개 과장에게 동료 24명과 함께 폭행혐의로 고발당한 것이다.
“아무개 과장이 노조원들의 농성장을 배회하면서 사진을 찍고 인격적인 모독을 주자 농성중인 노조원들이 그의 카메라에서 필름을 빼내면서 벌어진 가벼운 시비를 트집잡아 집단폭행을 당했다고 어처구니 없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왜 자신이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조설립이 무엇이 그렇게 잘못인? 성추행과 비인간적 처사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는 것 또한 잘못인지. 그는 스스로 괴롭다고 했다.
“노조 출발당시 1200명에 이르던 노조원이 이제는 100명 안팎입니다. 하지만 경기보조원의 명예회복과 노조설립을 위해 끝까지 싸우렵니다.”
말끝에 서린 비장함이 오히려 안타깝다. 그는 “이제 지치고 힘들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노조설립을 포기할 수 없다”고 다짐하듯 말했다.
그녀가 보조원생활을 시작한 건 4년 전. 용인이 고향인 그는 “생계차원에서 직장을 구한게 용인에 흔하디 흔한 컨트리클럽(골프장)이었다”고 했다.
처음부터 권리를 주장하지 않았다. 다만 경기보조원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 노조의 필요성이 절실했을 뿐이다.
회사에서도 충분히 이해해 주리라 순진한 생각도 해봤다. 그러나 번번히 노조의 요구가 무산되고 천막농성에 돌입하게 되자 사측에서는 40여명의 건장한 구사대를 동원해 그들의 소박하고 순진한 꿈들을 유린해 버렸다.
“지난 8월말 구사대가 건 발에 넘어져 뇌진탕을 받은 동료는 아직도 병원에 누워지내야 하는 신세입니다.”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민주노총’을 찾아가고 KBS노조에 도움도 요청했다. 그러나 그들이 진정한 힘이 돼주진 못했다. 사태가 이미 기울었다고 미리 점치는 사람도 있었고 회사가 ‘노(NO)캐디 선언 이후 비노조원들의 따가운 눈총도 받아야 했다.
이씨는 지금와서 깨닫는 것 하나가 있다고 했다. 그것은 “자신들의 문제를 그동안 외면해왔던 용인시청의 방관이 사태를 이지경까지 몰고온 원인 중의 하나였다”는 것이다. 그는 “도와달라”고 했다. 용인시가 침묵하고 용인시민이 뒤돌아버리면 자신들은 어떻게 하냐고, 그래서 더욱 절실히 도움을 요청한다고.인터뷰가 끝난 후 그는 다시 동료들이 있는 농성장을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