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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먼저 배려하는 마음이 중요

해외 사례/자전거의 천국 일본을 가다(간사이 지방을 중심으로)

용인신문 기자  2008.07.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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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입고 타도 이상하지 않은 나라
운동보다 교통수단이라는 ‘마인드’

일본은 과히 자전거 천국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거리에 다녀보면 보행자만큼 상당수의 자전거가 왕래함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다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건널목에 보행자와 자전거가 동시에 다닐 수 있도록 표시되어 있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자전거가 다닐 수 있는 시스템이 그리 잘 갖춰진 것은 아니다. 5월과 6월 총 7일 동안 일본 간사이 지방(교토,나라,오사카)을 다니면서 확인한 일본의 도로 시스템은 우리의 도로와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 잘 정비된 자전거 주차장
일본의 간사이 지방을 다니면서 잘 만들어진 자전거 전용도로는 볼 수 없었다. 대부분 일반 도로였다. 하지만 몇 가지 다른 점이 눈에 보였는데 대표적인 것이 자전거 주차장이다. 본 기자가 방문한 오사카 지역의 어떤 역이나 교토의 전철역 어디나 일정한 자전거 주차장이 있었다. 이렇게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는 자전거의 경우 보통 집까지 통행하는 보조수단으로 사용이 된다. 그러면 이렇듯 자전거 주차장이 잘 되어 있어 자전거의 이용 빈도가 높은 것일까? 만약 그런 것이라면 일본의 자전거 문화를 그다지 부러워 할 필요가 없다.

자전거 주차장만을 만들어 주면 되는 것이니까. 하지만 그 때문은 아닌 것 같다. 윤동주 시인과 정지용 시인의 모교인 도사지 대학에서 확인한 광경이 이를 증명한다. 본 기자가 도사지 대학에서 놀란 것은 두 가지로, 오래된 캠퍼스와 엄청나게 많은 자전거 주차 행렬이다.

도사지 대학에서 본 주차장은 사실 자전거 주차장이 전부였다. 몇 대의 차량은 볼 수 있었으나 우리처럼 눈에 띠는 넓은 주차장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물론 이것이 협소한 대학의 부지 때문일 수도 있었으나 그것 보다는 대학에 등교 시 학생들이나 교직원 모두 개인 자동차 보다는 자전거나 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까지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이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다른 현실적인 이유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일본의 경우 전철이나 기차 망이 잘 정비되어 있지만, 우리나라의 마을버스 같은 대중교통이 적고 다른 물가에 비해 교통비는 상대적으로 배 이상 높다고 한다. 또한 전철역 주변의 임대료가 높아 대부분 도보로 15분 또는 30분 정도 거리의 주거지에 사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접근성 면에서 마을버스 등이 미비하고 택시비는 비싸니 어쩔 수 없이 자전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물론 이 또한 정확한 해설인지 확인 가능하지 않지만 그래도 일본에 수일 체류하면서 느꼈던 교통비등의 물가 수준을 직접 체감한 것과 그리고 자전거를 소유하기 위해서 들어가는 부수적인 경비가 있음에도 자전거를 이용한다는 것을 보면 설득력이 높아 보인다.

#자전차 등록 필수, 주차요금도
한국적인 상식으로는 자전거를 등록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자전거를 주차하기 위해서 돈을 내야 한다는 것도 마찬가지 상황이고. 하지만 일본은 다르다. 우리나라에선 자전거를 단순한 보조 이동수단 정도로 치부해서 자전거라고 부르지만, 일본은 위의 건널목 사진에서 봤듯이 ‘자전차’라 부른다. 자전거가 자동차와 비슷한 대우나 취급을 받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 사거나 인수를 받을 때 등록을 해야 하고, 지정된 곳에 주차를 하지 않으면 견인을 당하게 된다.

만약 견인된 자전거를 다시 찾아오기 위해선 높은 벌금을 내야하는데, 이 벌금 때문에 찾아가지 않는 자전거가 상당히 많다고 한다. 그리고 유료 주차장이 있는 것은 당연한 것.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전거 주차하기가 그리 어려워 보이지도 않다. 간단히 주차하는 것 정도나, 대 도로변이 아닌 경우 특별히 교통에 영향을 끼치지 않으면 견인하지 않는 것 같다.


#일반도로와 인도가 자전거 주행로
일본에서 자전거가 널리 통용될 수 있었던 것은 높은 물가도 한몫을 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동차 운전자들이 자전거를 배려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자전거를 타 보면 사실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위험하다. 인도로 자전거를 타고 가면 좁은 인도 때문에 사람들과 접촉 사고 위험이 있고 그렇다고 도로로 가져 나가면 전력 질주하는 자동차 때문에 자전거 타기가 어렵다.

결국 탈수 있는 공간은 자전거 전용 도로가 전부인데, 자전거 전용 도로는 없다시피 할 정도로 턱 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일본이 자전거 전용도로가 잘 되어 그런가 살펴보면, 사실 그것도 아니다. 간사이 지방을 다니면서 자전거 전용도로라는 것은 보지 못했고, 우리와 같이 자전거는 인도나 도로로 주행을 한다. 다른 것은 단지 많은 숫자의 자전거 통행에도 그런대로 안전하다는 것 뿐이다.

많은 자전거 수 때문에 인도에서 사람과 부딪치는 것 때문에 멈칫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지만 사고 나는 경우는 보지를 못했다. 이처럼 우리나라도 운전자들이 보행자뿐만 아니라 자전거 타는 사람들에 대해 조금만 배려한다면, 자전거 타기는 분명 편안해 질것이다.

일본에선 이색적인 자전거 주행 광경도 목격할 수 있다. 치마를 입고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나 앞뒤로 아이를 태우고 주행하는 주부들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는 것.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니어서 처음엔 신기한 듯 바라보다가도, 워낙 그런 사람이 많기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익숙해진다. 일본과 우리나라를 가깝고도 먼 나라고 하는데, 일본과 우리의 역사뿐만 아니라 이러한 생활방식 까지도 가깝고도 먼 나라임에 분명 한 것 같다.

자전거를 편하게 탈 수 있는 환경, 특히 자전거를 먼저 배려하는 사람들의 의식이, 자전거를 좋아하는 기자의 입장에서 부러웠다.

얼마 전 유인촌 장관이 자전거를 타고 출근한다고 해서 TV에 소개된 적이 있다. 아마도 기자의 생각엔 멀지 않아 유인촌 장관도 자전거 타기가 얼마나 위험한지 느낄 것이고, 그 결과 자전거 타기를 포기할 것이라 생각한 다.

고유가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의 일환이라는 것 설득력도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기반 여건이 조성되지 않는 현실에서 무조건적인 캠페인은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먼저 자전거 타기를 독려하기보다, 자전거 탈 수 있는 우리 의식의 전환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것 그것이 먼저일 것이라는 생각이, 이번 일본 취재에서 중요하게 느낀 점이다.
<특별취재반 / 일본교토 주영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