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말 구세대민주화운동이 퇴조하면서 부흥한 시민운동은 현재 양적인 팽창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에 있어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시민운동가의 처우에 관한 문제다.
이들은 열악한 환경과 박봉에도 불구하고 한국시민운동의 앞날을 개척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왔다. 그러나 이와 반면 이들의 권익과 복지는 운동적 열망과 소양 그리고 자기희생이 암묵적으로 요구되면서 일정부분 유보되거나 외면당해 왔던게 솔직한 현실이다.
시민운동가가 사회시스템의 한 축으로서 전문가적 성격을 띠게 된 건 오래전의 일이다. 최근 개설된 성공회신학대와 경희대의 NGO학과와 NGO대학원은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잘 말해주고 있다. 이것은 NGO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면서 운동의 이론과 실제를 학문적으로 체계화하고 양질의 전문인력을 양산한다는 취지가 그 바탕에 깔려 있다.
물론 시민운동의 인프라 구축이 취약한 한국적 상황에서 시민운동가의 양산은 분명 의미가 있는 일이다. 그러나 기존 시민운동가들의 현실적 처우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현실에서 항구적인 시민운동은 요원할 뿐이다. 이러한 양상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 시민운동단체의 허술한 인력관리시스템이다. 이는 시민운동가들의 이직을 부추기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운동적 비전의 제시는 시민운동가에 있어 무척 중요한 사안이나 적지 않은 수의 시민운동가들이 단체의 비효율이 가져오는 부작용과 매너리즘에 이러한 열망을 쉽게 포기하고 이직을 하는 예는 흔한 일이 돼버렸다. 지속가능한 운동의 비전은 시민운동가들의 전문성 확대와 처우의 개선을 통한 장기적인 투자를 요하고 있음에도 일부 메이저 시민단체의 지도부들은 ‘열악한 현실론’만을 되풀이하고 있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 메이저 시민단체의 S간사는 이를 가로막는 장애요소로 시민단체 내부의 의사소통 부재를 지적한다. 그는 “시민운동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합리적 방식’의 ‘공정한 판단’이라는 대외적인 보현적 인식과 달리 내적인 체계는 오히려 권위적이며 폐쇄적”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또한 사회개혁을 요구하면서 내부개혁을 게을리 하고 있는 지도부의 안일한 자세를 질책한다.
“간사들이 못버티고 나갈 때마다 또 채용하면 그만이라는 무책임한 발상이 지도부에 만연돼 있다”는 그는 “2∼3년을 고비로 이직하는 동료 간사들을 볼때면 안타까움이 앞선다”고 말했다. 물론 대부분의 군소 시민단체들은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뜨거운 동지애를 통해 열과 성의를 다해 시민사회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전자에 살폈듯 전반적으로 시민단체의 시민운동가들의 지위나 처우는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몇몇 시민단체에서 의식있는 간사들을 중심의로 ‘간사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논의하고 있으나 아직은 지도부의 기세에 눌려 서로의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의 시민운동이 속빈 강정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시급히 이들 시민운동가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이들의 권익을 확보해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