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인 고 백남준 선생이 돌아가시기 바로 직전, 플로리다에서 미망인 구보타 시게코 여사와 함께 요양하는 모습 등이 담긴 영상이 최초로 공개됐다.
지난 15일 기흥구 마북동 소재 한국미술관(공동 관장 김윤순· 안연민)에서는 ‘백남준 선생님 미공개 자료로 여는 강의’가 조촐하게 마련됐다.
이날 행사는 25일까지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어지는 아시아의 힘 전’의 일환으로 마련된 자리로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는 백남준 관련 미공개 화면은 참석자들을 흥분하게 했다.
김윤순 관장의 설명과 함께 진행된 이날 영상 상영에서는 작고 하기 직전의 작업 모습이 생생하게 상영됐으며, 시게코 여사와 다정하게 나란히 앉아 시게코의 볼에 입을 맞추는 백남준의 영상도 공개됐다.
뿐만아니라 관에 누운 백남준의 모습도 상영됐다. 누워있는 백남준을 영원히 떠내보내야 하는 시게코의 입맞춤과 자신이 두르고 있던 스카프를 풀어 목에 감아 주는 모습, 누워있는 백남준 위에 수북히 쌓인 잘라진 넥타이 등이 눈에 띄었다.
잘라진 넥타이는 장례식에 참석했던 인사들이 자신이 매고 온 넥타이를 가위로 자른 것을 관에 넣은 것으로, 이는 백남준이 생전 행사장에 참석한 인사들의 넥타이를 자르는 행위 예술을 한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김 관장이 소개했다.
장례식장에 참석한 추모객들은 생전 백남준의 즐거운 난장(?)과도 같은 행위 예술로 백남준의 가는 길을 추모했다.
장례식까지 작업의 연장처럼 이어진 생생한 화면은 백남준에게는 죽음 조차도 아트의 한 부분이 된 세기의 예술가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했다.
이번 공개 자료는 한국미술관이 소장했던 자료에 더해 미망인 구보타 시게코 여사가 보내온 DVD ‘백남준과 함께한 나의 삶’중에서 발췌한 미공개 자료가 더해져 만들어진 영상으로 매우 소중한 자료가 아닐 수 없다.
백남준은 물론 미망인 구보타 시게코 여사와 남다른 우정을 간직하고 있는 김윤순 관장은 이날 “남편과 늘 함께 했던 시게코는 아직도 그의 자택에 백남준 추모상을 차려놓고는 마치 살아있는 남편과 대화하듯 ‘남준, 시장 갖다 올게’ 하며 대화를 해요. 지금도 같이 살고 있는 거에요. 백남준과 함께 하면서 늘 백남준의 작업을 도왔던 그녀 역시 대단한 비디오아티스트로 남편을 위해 평생을 바쳐온 동양의 여성”이라고 말해 안타까움을 줬다.
시게코는 백남준과 함께 플럭서스 멤버로 활동한 비디오아티스트로 지난해는 뉴욕 마야 스탱달 갤러리에서 ‘백남준과 함께 한 나의 삶’전을 개최해 주목을 받았다.
미망인 시게코는 지난 8일 백남준 아트센터 개관식에는 개인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현재 이어지는 아시아전의 힘에서 그의 작품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