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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예산 1조 2851억 원 ‘승인’

주먹구구 예산편성 ‘관행’ vs 허술한 ‘심의’ 논란 남겨

이강우 기자  2008.12.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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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09년도 용인시 새해예산이 1조 2851억 원으로 승인됐다.

이는 당초 서정석 시장이 지난 8일 예산안 제안 설명을 통해 밝힌 1조 2951억 원보다 100억 원 적은 것으로 시의회 스스로 예산 심의에 오류가 있음을 회의록을 통해 역사에 기록하게 됐다.

시의회는 지난 19일 제134회 제2차 정례회 5차 본회의를 열고 △2008년도 용인시 행정사무감사 결과 처리안 △2009년도 일반 및 기타특별회계 예산안 △2009년도 수도사업 특별회계 예산안 △2009년도 하수도사업 특별회계 예산안에 대해 의결했다.

시의회 예산결산 특별 위원회(위원장 김재식)는 시 측이 편성한 새해 예산 중 시 공직자들의 모든 국외여비와 처인성 주차장 조성사업 토지매입비 12억 7000만원 등 총 87억 9600여 만원을 삭감, 예비비로 편성했다.

하지만 상임위에 삭감됐던 농축산과의 우리 농산물 공중파 방송 광고예산 3억 2000만원은 다시 의결했다.

그러나 이번에 의결된 새해 예산안은 시 집행부의 주먹구구식 예산 편성관행과 시의회의 허술한 심의를 여과 없이 보여줬다는 평이다.

시의회는 당초 본회의에 상정된 예산안과 최종 의결예산안이 100억 원의 차이가 있음에도 제대로 된 시정조치나 대응 모습을 보이지 못해 민의의 대표라는 명예를 살리지 못했다는 중론이다.

특히 시민들은 “100억 원의 허위·불법 세입 편성과 30억 원의 세입 누락에 이어 마지막 본회의장까지 시의회를 농락하는 조작의 흔적이 보였음에도 시의회 집행부가 애써 무마하려는 모습에 실망했다”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시의회 측은 예산 심의의 시급성과 집행부 측의 해명 등을 이유로 합리화 하는 움직임이다.

시의회 자치행정위원회는 2009년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역사상 유래가 없는 허위·불법의 세입편성을 밝혀냈다.

시 측은 예산안에 편성된 시금고 지정에 따른 기부금 100억 원을 세외수입 중 잡수입으로 추계, 편성했다. 그러나 시 측은 예산안의 시의회 상정 1개월 여 전, 이미 세입으로 추계할 수 없음을 인지했다.

하지만 시 예산 담당부서는 ‘세입이 불가능하다’는 해당 부서의 의견에도 ‘안 걸리면 된다’는 식으로 상정을 강행했다가 발각됐다.

뿐만 아니라 기부금의 경우 ‘항목 지정에 따른 기부금 수익만을 세입으로 편성할 수 있다’는 예산 편성 세칙조차 지키지 않았다.

이에 따라 예산안 심의가 연기되고 시 측은 공직자 급여 중 100억 원을 삭감하는 자구수정 안을 제시했으나, 사안에 대한 진정성이 없다는 이유로 다시 반려됐다.

결국 시 측은 당초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한 김민기 의원의 지역주민들의 숙원사업 예산을 삭감, 보복성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이만우 자치행정국장은 사전에 세입이 불가능함을 알았음에도 왜 수정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세입을 수정할 경우 세출 예산 전체를 흔들어야 한다”며 “시간이 촉박해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는 첫 번째 자구 수정안이 반려 된지 4시간 만에 2차 수정안을 편성했다.

결국 4시간 동안 할 수 있던 일을 ‘시간이 없었다’는 이유로 약 한달 간 하지 않은 셈이다.

지역정가는 시 측의 두 차례 수정 예산안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는 일부 시책 사업 추진의지를 보여준 정치적 계산이라는 분석이다.

첫 번째 수정안의 경우 공무원들의 급여이기 때문에 시의회 측이 내년 추경에서 삭감할 수 없을 것이라는 명분을 이용했다는 것.


기흥호수공원 조성사업비를 삭감한 두 번째 예산안의 경우 김민기 의원에 대한 보복과 동시에 한나라당 박준선 국회의원의 공약임을 악용, 내년 추경을 통해 예산을 확보한다는 복안이라는 해석이다.

시의회, 내부불만 ‘최고조’
시 의장 명의의 요청에도 불구 불성실한 행·감 자료제출과 답변, 100억 원의 허위 세입 파문에 이은 시 집행부의 주먹구구식 조치, 30억 원 규모의 추계가능 한 세입 누락과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벌어진 ‘행·감 결과 조작’의혹 등 이번 정례회는 말 그대로 ‘흙탕물 의회’로 전락했다는 평이다.

그러나 연이어 터진 시 집행부의 이같은 태도에도 시의회 측의 이렇다 할 대응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따라 시의회 내부에서는 물렁한 시의회 집행부의 입장으로 인해 시의회 전체의 명예가 실추 됐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한 시의원은 “4대 의회와 5대를 거치며 시 집행부로부터 이 같은 무시를 당해 본 것은 처음”이라며 “나름의 입장과 노력이 있었겠지만 민의의 대표기관으로서 미흡한 대응을 펼친 것은 사실”이라며 정례회를 총평했다.

또 다른 시의원은 “동료의원들 간의 비교는 부적절하겠지만 단적인 면에서 아쉬운 점이 많다”며 “민의의 대표라는 명칭이 부끄럽기도 했다”고 전했다.

결국, 이번 정례회는 시 집행부 행정보다 시의회 내부 문제점이 더 많이 돌출됐다는 분석이다.

당초 시의회 측은 이번 정례회를 통해 지난 의장단 선거이후 나타난 시의원들 간의 불협화음을 치유 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시의원들은 “의원들 간의 문제보다 의장단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졌다”는 입장이다.

A 의원은 “이번 정례회에서 불거진 일련의 일들을 계기로 시의회 수뇌부도 숙고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