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의 관광컨셉은 지나간 과거의 문화유적지를 돌아보는 것이 전부이다 싶었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쉼’이라는 욕망을 충족하는 새로운 관광요소를 요구하고 있다. 새롭게 디자인된 삶의 양식을 체험하는 것이 그것이다. 작가 안일순씨의 눈으로 본 일본 규슈의 농촌마을 유후인의 성공사례를 2회에 걸쳐 소개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 연간 400만 명이 찾는 농촌마을
일본 규슈, 오이타현의 한가한 농촌마을 유후인, 세계에서 농촌관광의 성공지로 꼽고 있는 곳. 연간 4백만 명의 관광객들이 찾아가는 곳. 그리고 한번 찾은 이들의 70%가 다시 찾는다는 유후인. 대체 이 마을에는 무슨 색다른 관광 상품이 있는 것 일까
의문을 안고 찾아간 유후인. 후쿠오카에서 한 시간 고속버스를 타고, 구불구불 산길을 넘어 작고 낡은 유후인 역에 도착한 후 마을을 돌아보았다. 그러나 눈에 띄는 관광단지나 위락지역이 없다. 병풍처럼 두른 산 밑에 마을이 편안히 안겨 있고 멀리 온천욕장에서 하얀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있을 뿐 이곳이 유명한 관광지라는 말이 실감나지 않는다.
정갈한 옛 일본의 전통적인 농가주택과 울창한 나무들, 거리 곳곳에 오밀조밀 숨어있는 개성 있는 예술 공방과 미술관, 음식점과 카페, 온천욕장들을 기웃거렸지만 그 작은 상가들이 하루 일만 명꼴의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매혹의 진원지라고는 믿기 힘들다. 일본의 교토와 후쿠오카, 한국의 인사동에서도 그와 유사한 상가들은 만날 수 있으니까. 그렇다면 유후인의 숨은 관광지도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 유후인의 관광자원은 ‘유후인 사람들’
오사카 대학에 유학중인 친구의 도움으로 한 NGO 단체를 방문하고, 유후인 사람들을 며칠간 만나고 나서야 비로소 유후인의 관광자원은 바로 ‘유후인 사람들’ 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카제노 하랏빠’(바람의 들)라는 지역운동단체의 사무실에는 마침, 한국의 다큐멘터리 <나와 부엉이>가 상영되고 있었고 한국의 <매향리>를 찍은 영화감독 니시야마가 그곳을 방문 중이었다. 그들이 발간한 소식지 첫 장을 열자 이런 구절이 금세 눈에 들어온다.
‘우리 마을은 누구든 건강하고 안심하게 살 수 있는 곳. 행정도 기업도 아니고 주민들의 지혜와 힘이 합쳐서 노인이나 젊은이나 장애인이나 상관없이 같이 서로 의지하며 즐겁게 여럿이 같이 걸어 나가고 있는 곳…….’
이 지역운동의 구심역할을 하는 마츠무라와 우라타 부부의 도움으로 유후인 지역 만들기의 중심인물이었던 가메노이베쏘(거북이정 별장)의 주인이자 전 영화조감독인 나카야 겐타로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28세에 유후인에 귀향하여 아버지의 료칸(여관)을 이어받고, 유후인 영화제를 조직하고 <내일의 유후인을 생각하는 모임을 >끌어온 사람이다.
긴린코 호수 옆에 위치한 전통 일본 농촌가옥인 그의 사무실은 절제미와 친자연적 자재를 이용한 세련된 료칸 내실에 있었다. 그를 대면하자 유후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요리, 곧 음식이라는 말부터 꺼낸다.
“자본시장 개념에서 좋은 것은 돈으로 측정합니다. 농업과 관광업자들의 이해관계, 이 둘의 이해관계를 잘 맞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식재, 바람의 식탁이라고 하는데. 가장 신선한 재료를 쓰는 것이 가장 훌륭한 요리를 만드는 포인트라 생각합니다. 유후인의 요리는 전통적 요리며 좋은 음식이라는 신뢰가 쌓여가고 있고 그것이 외부로 발신되어 유후인을 알려 왔습니다. 요리는 물론 유후인에는 뭔가 있다. 집구조가 , 풍경이, 찻잔이, 꽃들이 예쁘더라, 좋더라, 이렇게 유후인에는 뭔가가 있다는 것을 밖으로 20년 넘게 알려왔습니다.”
유후인에는 영화관이 없다. 그러나 일 년에 네 번의 영화제가 열린다. 어린이 영화제, 다큐영화제, 드라마 영화제등. 콘서트홀이 없음에도 해마다 음악제가 열린다. ‘밤하늘 아래 작은 콘서트’라는 이름의 음악제는 마을곳곳의 각 회장을 돌며 음악을 연주한다. ‘소 한 마리 주인 되기 운동’, ‘소고기 먹고 고함지르기 대회’, ‘음식 문화 페어’,가을철 수확기에는 유후인에서 수확한 농산물의 품평회인‘1만2000명의 제전’ 이라는 마을 축제가 열린다.
이런 다양하고도 기발한 문화예술기획들은 유후인을 외부에 알리는 주요 홍보 역할을 하였다.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안일순 | 작가·학일정보화마을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