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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행상 등 생활 속의 시적 관심 돋보여

김명희시인의 첫 시집 ‘빈 곳’

김종경 기자  2009.05.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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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선 동네에 들어/ 과일트럭 하나 세워 놓고 인기척을 살핀다/ 숨 가쁜 더위는 담장 밖으로 뛰쳐나와/ 허름한 고샅길을 빈사의 갈증으로 메워 놓고/ 트럭 근처로 개미 한 마리 얼씬거리지 않는 창백한 오후다…( ‘노파’ 중에서)

비루했던 삶조차 활력 넘치는 시적 관심으로 승화시켜낸 김명희 시인이 첫 시집 ‘빈 곳’(시학· 220쪽)을 출간했다.

철저하게 자신이 겪었던 민중적 삶의 체험을 80여 편의 시에 솔직하게, 그리고 당당하게 고백하고 있는 김 시인. 한 땐 용인, 안성, 평택 등을 돌며 과일 행상을 해야만 했던 김 시인은 그 때부터 빈곤 계층의 삶에 호흡하며 눈높이를 같이했다. 그리고 거기에서 만났던 그 수많은 ‘빈 곳’들을, 뜨거웠던 눈물들을 이 첫 시집에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엄원태 시인은 “시인의 애정 어린 시선, 위무하는 가슴과 팔은, 특히 가족사적인 ‘늙음’과 ‘쇠락’, ‘병상’과 ‘죽음’들을 향해 있으며, 그 상실과 결락을 애도하고 감싸 안는 데 가히 모성적이라 할 특장(特長)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김 시인은 경기도 양평 출생으로 2006년 <한라일보>신춘문예 당선, 2008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 수혜, 2008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문학상 대상, 2008년 『시와 시학』신인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은행나무 시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 시인은 평택 청소년아카데미 초중 한문 국어논술 교사와 안성 문기초등학교 한문교사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