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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칼럼> 부끄러움을 깨닫자

용인신문 기자  1999.07.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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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칼럼>

부끄러움을 깨닫자
용인시의회 의원 양승학

얼마전 제2대 지방자치 출범 1주년 기념식이 행정자치부 주관으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자치단체의 주역인 시민들과 공직 사회에서는 주마간산(走馬看山)보다 냉랭한 무관심으로 지나쳤다.
50년만의 정권교체 이후 들뜬 마음으로 민선2기를 맞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용인시는 정체와 혼돈으로 1년을 넘게 보내는 불운의 역사를 장식했다. 남들은 벌써 100M앞을 달려가고 있는데, 우리는 출발과 동시에 거꾸러졌다가 이제서야 몸을 추수리고 일어서는 중이다. 이로 인한 용인 시민들의 정서 밑바닥에는 6·4 선거후유증보다 더 심각한 불신과 반목을 연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등장한 정치· 사회적 이슈는 경제 위기라는 메가톤급 주연 배우마져 무대 끄트머리로 몰아내 버렸다. 국민들은 경제 위기를 아랑곳하지 않는 관료들과 사회 지도층 인사들 때문에 성난 여론의 파도를 타고 갈대처럼 흔들리다 깊은 절망감에 쓰러져 가고 있다. 갈대는 쉽게 부러지지 않지만 한번 부러지면 절대 일어 설 수 없다. 우리가 믿고 뽑아 준 국민의 정부가 문민정부를 닮아 가고 있다는 비난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심지어는 국민이 없는 국민의 정부라며 강도 높게 민심이반 현상을 꼬집는 얘기도 들려 온다.
우리 용인시도 마찬가지다. 시장이 없는 게 문제가 아니고, 시민이 없는 게 더 큰 문제다. 주인의식을 갖어야 할 시민들이 모두 침묵과 외면으로 일관하고 있다. 또한 지역 사회의 어른이나 지도층의 방관이 지역정서를 공황 상태로 만드는데 한 몫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위기감은 결국 사회 지도층의 부재를 의미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게다가 지역 사회의 엘리트 집단이라고 할 수 있는 공직 사회 분위기는 어떤가. 공직자들의 사기는 그 어느 때보다 땅바닥을 헤매는가 하면 이젠 험악한 분위기로 치닫고 있다. 공직생활 20여년이 넘는 공무원들조차 회의감 때문에 새로운 탈출구의 비상을 꿈꾸고 있다. 그러니 말단 공무원들은 말할 것도 없다. 언제든지 떠날 준비를 하는 공무원이 상당수에 이른다는 게 어느 공직자의 전언이다.
특히 용인시는 이번 2차 구조조정에서 감축 예정인원 47명중 6급 인원만 20여명을 퇴출시켜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직 사기는 더욱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는 느낌이다.
용인시민들은 시장이 없기 때문에 고품질의 행정서비스는 기대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처음엔 조속한 행정 정상화를 기대하다 이젠 지쳐서 실망과 포기를 한 것은 아닌지. 시민이 등을 돌린 용인시를 생각해 보자. 얼마나 무서운 얘기인가? 필자가 시의원으로서 시정을 돌아보건대 시민 의식속에는 시정에 대한 불신과 비난의 원성이 높아지기 시작한지 오래다.
뿐만 아니라 2∼3개월 후에 치뤄질 보궐선거는 시민 뿐만아니라 공무원들의 입지를 더욱 좁혀줄 것이다. 보궐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지역정가의 움직을 보는 시민들의 술렁임은 또 한번의 파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공무원들 역시 각종 견제와 따가운 눈초리를 피할수 없을 것이 뻔하다.
공무원들의 불만과 현안 문제를 끄집어 낸 것은 공무원들을 옹호하자는 게 아니다. 공직 사회의 분위기는 바로 우리 시민들의 정서와 실생활에 직결된다 것을 인식하자는 취지다. 변론은 아니지만 공직사회의 안정이 곧 지역사회 안정을 위한 단초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정치권이나 정부의 안정적인 정책이 곧 바로 국민생활에 직결되듯이 우리 용인시 집행부 안정 속에 적절한 시의회의 견제가 있을 때 비로소 34만 시민들을 위한 참다운 지방자치를 꽃 피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냉철하게 뒤돌아보면 정말 부끄럽기 그지없다. 지역 현안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아직 무엇하나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무엇보다도 가장 무서운 것은 시민들의 침묵이라고 생각한다. 함성을 위한 침묵이 아닌 무관심의 침묵이 그 것이다. 원인이야 어디 있든 간에 우리 시민들은 용인시의 현상황을 직시하며 부끄러워 할 줄 알아야 한다. 시민들은 비판만 할 줄 알았지 정작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시민의 작은 권리와 의무를 이행키위한 참여에는 너무 인색했다.
어쨌든 민선2기 출범 1주년을 맞아 우리 용인시의 정체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시 집행부와 시의회 그리고 34만 시민 모두가 책임을 겸허하게 통감하고, 무관심을 기꺼이 던져 버린다면 그 동안 쌓였던 불명예는 춘풍에 눈녹듯이 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