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요즘 곤혹스럽다.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놀아준다는 약속을 깨뜨려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수해로 여름휴가도 못갔다온 그에게 올 폭설과 한파는 그를 보름여동안이나 집에 귀가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제 공무원 생활 21년차가 된 용인시재해대책본부의 이정표(40) 계장은 작년 국무총리표창을 받은 모범공무원이다. 97년 7월 용인시청으로 발령이 난후 그는 가족과 함께 지낸 시간을 손꼽을 만큼 빠쁘기만했다.
어디 그뿐인가. 철야를 밥먹듯 하면서도 별다른 건강관리는 하지 못하고 있다고 이계장은 너털웃음을 짓는다.
“아침에 출근하면 제일 먼저 보는게 그날의 기상상황입니다. 재해본부의 기초업무의 시작인 셈이죠.”
무엇보다 유관기관과의 협조체계가 중요한 상황실의 특성상 그는 한숨 돌릴 상황도 없이 연신 2∼3대의 전화통과 밀려오는 서류들 그리고 민원에 시달려야 한다.
이계장은 지난번 폭설이 내릴 때 제설을 위해 기존 차량과 청소차를 동원하는 등 재해예방에 만전을 기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인력으로 막을 수 없는 자연재해에 대해 허탈할 때도 한두번이 아니라고 심정을 토로한다.
“가장 보람있었던 일이라면 지난 수負?수해복구비용 670억을 더해 개량복구사업비로 420억원을 지원받는데 수훈을 세운 것입니다. 개량복구사업비는 용인업체에 수의계약을 하게 되고 결국은 지역경제에 도움을 준셈이죠.”
그의 책상에는 용인소방서 등과 직접 연락되는 핫라인이 가설돼 있다. 이번 폭설로 제일 어려웠던 것이 재해상황을 예측하고 이를 판단해 읍면동단위에 인력을 배치, 재해조치를 신속히 취해야 하는 긴급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고도의 스트레스다.
올겨울은 그를 더욱 힘들게 만들 것 같다. 그래도 함박웃음을 지으며 직원을 대하는 그에게 어쩌면 이번 겨울은 공무원으로서 자신의 책분을 다하는 최선의 기회가 될 것이다.
이계장은 부인 구정옥(38) 씨의 사이에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 둘과 아들 하나를 두었다. 올 겨울이 끝나는 때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갖고 쉽다는 그의 기대가 소박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