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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용인의 자전거 여행

김종경 기자  2009.09.20 23:2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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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그런데 요즘엔 산행 못지않게 자전거 열풍이 뜨겁다. 지난 주말엔 기자도 처인구 운학동부터 포곡읍 에버랜드까지 자전거를 탔다. 초등학교 4학년짜리 아들 명수와 함께 물길을 따라간 운행거리는 총 43km 였다. 자동차 거리로야 얼마 안 되지만, 마라톤 풀코스 42.195km와 100리(40km)길 보다는 먼 거리였다.

자전거 전문가들이 들으면 웃을 일이겠지만, 초보자 아빠와 초등학생 입장에서는 체력보단 마음의 용기가 더 필요했던 게 사실이다. 다행히 청명한 가을 하늘과 풍요로운 들녘, 그리고 색색의 코스모스 길을 달리는 기분은 정말 운치 있었다. 그 덕분에 체력 부담감도 상당부분 줄었고, 또 다른 용기와 희망까지 갖게 되었다.

우리는 운학동 내어둔 마을의 집을 출발해 하천변 자전거 길을 탔다. 마평동을 경유한 후 고림동 이삭아파트 주변의 시골길과 하천변을 달렸다. 고림동 외곽을 지난 후에는 포곡읍 금어리~둔전리~전대리 에버랜드 앞길까지 갔다가 유방동~김량장동~역북동에 있는 용인신문사까지 갔다. 다시 김량장동~남동~운학동을 돌아 무사 귀환했던 것이다.
돌아오는 길엔 분위기 있는 포시즌(중국음식점)에 들러 다른 손님들이 타고온 고급승용차 옆에 허름한 자전거를 세워놓고, 6000원짜리 자장면으로 거한 점심을 먹었다. 또 둔전마을에서는 알밤을 줍던 할머니께서 아들 녀석에게 손자 생각이 난다며 살찐 알밤을 한 움큼 주셨으니 넉넉한 시골 인심에 가을 향까지 만끽 할 수 있었다.

아! 그렇다고 짧은 자전거 여행을 자랑하자는 건 아니다. 최근엔 기자 역시 자전거 출퇴근을 시작했다. 운학동에서 역북동 명지대 사거리까지다. 그리고 신문사에서 좌우반경 3~4km이내는 가급적 자전거를 탄다. 거리 측정을 해보니 매일 왕복 20여 km를 달리는 셈이다. 처음보단 한결 힘이 덜 들지만, 주행 때마다 느끼는 사고 불안감은 여전하다. 용인시의 경우 이미 오래전에 형식적으로나마 자전거 길이 곳곳에 만들어져 있다.

그나마도 없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인도를 겸한 자전거 길 가운데 가로수와 가로등이 딱 버티고 있는 곳이 비일비재하니 뭔 말을 하겠는가. 그래서 시는 지난해부터 자전거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또 다시 정비계획을 세워나가고 있다고 한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범국가적으로 자전거 타기 운동을 벌이는 것과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다만 정작 중요한 것은 자전거를 레저(운동)로 볼 것이냐, 실제적인 교통수단으로 볼 것이냐다. 모두 중요하겠지만 안전이 최우선이다. 하천변 자전거 길을 달릴 때는 모르겠지만, 시내만 들어서도 보행자와 자동차 운전자들이 자전거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 분위기다. 그러니 어린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큰길가로 나갈 수 있겠는가.

이젠 정부나 지자체나 자전거 정책 수립을 할 때 실용적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자전거 한 대 제대로 세워둘 곳 없는 학교나 공공기관이 수두룩하다. 거리마다 뚝뚝 끊어진 자전거 도로도 태반이다. 자동차 운전자들의 의식처럼 자전거 기반시설 또한 미흡하기 짝이 없다.


바라 건데, 고급자전거 레저 활성화도 좋지만 운동량이 부족한 초·중·고교 학생들이 맘껏 자전거를 타고 등하교를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솔직히 정부가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대한민국의 건강한 녹색 미래는 자동으로 보장될 것이다. 물론 쉬운일은 아니지만, 자칫 이러다간 자전거가 또 하나의 사치 레저문화로 변질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