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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한글과 노벨문학상

김종경 기자  2009.10.12 11:3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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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또 실패했다. 최근엔 해마다 고은 시인이 노벨상 후보자로 올랐던지라 많은 국민과 언론의 실망 또한 클 것이다.

그런데 기자는 노벨문학상 발표 때마다 한국문학이 정말 노벨문학상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가를 생각한다. 솔직히 회의적이다. 그렇다고 작품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은 아니다. 무엇보다 한국문학이 세계인들에게 얼마나 소통되고 있는가를 생각하기 때문이다. 노벨문학상을 받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문학이 올바로 번역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동안 한국문학을 올바로 세계에 소개할 번역가조차 체계적으로 양성하지 못했다. 그만큼 한국문학의 해외 번역 수준은 걸음마 단계인 것이다.

지난 2001년 설립된 한국문학번역원은 8년간 26개국 언어로 380여 권의 한국문학을 해외에 소개했다. 그런데 두 명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일본은 1945년부터 무려 2만 여종의 문학작품을 번역해 해외에 소개했다.

그만큼 국가 차원의 전략적 작품 번역 지원이 중요함을 의미한다. 또한 전문가들은 우리의 문화와 한글을 잘 이해하는 수준 높은 현지 번역가 양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문자의 힘은 무한한 상상력이라고 했다. 그러나 우리사회에서는 언제부턴가 우리의 문자, 한글을 터부시하고 있다. 특히 외래어의 홍수 속에 빠져 허우적이는 한글을 보면 자괴감이 들 정도다.

어느 신문의 칼럼 일부를 인용해 보면 전문가들조차 우리 한글이 서양 알파벳과 문자들을 능가한다고 말한다. 한글은 독창성이 있고 기호와 배합 등 효율성에서 각별히 돋보인다. 한글을 격찬하는 외국의 전문 학자들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독일 함부르크대 베르너 삿세 교수도 “한글은 전통 철학과 과학이론이 결합된 세계 최고의 문자”라고 칭송했다. 또 미국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펄 벅은 “한글은 24개 알파벳으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가장 단순한 문자체계지만 자·모음을 조합하면 어떤 음성도 표기할 수 있다”고 호평했다.

뿐만 아니라 영국 역사 다큐멘터리 작가인 존 맨은 “한글은 모든 언어가 꿈꾸는 최고의 알파벳이다. 모든 언어학자로부터 고전적인 예술작품으로 평가받는 한글은 인류의 위대한 지적 유산 가운데 하나다”라고 찬탄했다.

심지어 몇 년 전 작고한 세계적인 언어학자 제임스 매콜리 시카고대 교수는 해마다 한글날을 공휴일로 정해 수업 대신 동료 언어학자, 학생, 친지들을 초대해 한국 음식을 차려놓고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를 기렸다고 한다. 또 영국 옥스퍼드대에서도 세계 모든 문자들에 대해 과학성, 합리성, 독창성, 편이성 등을 따져 순위를 매겼는데 한글이 1위였다고 한다. 아울러 최근엔 인도네시아 소수민족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자신들의 문자로 채택했다는 소식은 우리국민은 물론 세계인들까지 놀라게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정부가 세종대왕 동상을 광화문에 설치했고, 한글의 위대성을 운운하며 10월9일 한글날을 공휴일로 재지정한다고 아우성이다. 불과 1년 6개월 전까지만 해도 영어 공용어 사용을 운운해 온 나라를 벌통처럼 쑤셔 놓았던 정부였는데…. 한글이 아무리 위대해도 전 세계인과 소통될 때 한국문학의 노벨문학상 수상도 가능할 것이고, 그 의미 또한 더욱 커질 것이다. 한글은 우리 민족의 위대한 유산으로 현재요, 미래의 가치임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