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지역사회 원로(元老)를 찾아 모시자

김종경 기자  2009.11.09 13:53:31

기사프린트

몇 달 전 용인지역 선후배들과의 술자리에서 우연히 예강환 전 용인시장을 만났다. 기자는 예 전시장이 현직에 있을 때 용인시청 출입 기자였고, 그 시절에도 술자리를 했던 기억이 있어 매우 반가웠다.

예 전시장은 관선시절 용인군수를 지냈던 경력이 있었고, 민선시장까지 역임했다. 그러니 용인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인물이다. 그런데 고향이 용인이 아닌 화성이라는 것 때문에 선거철마다 묘한 텃새에 시달려야 했고, 선거에서 떨어지면 화성으로 갈 사람이라는 정치공세를 받아야만 했다.

선거철엔 없는 사실도 만들어내는 판이니 지역출신인 다른 후보들에겐 호재였을 것이고, 본인에게는 어쩌면 악재 중 악재였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선거이후엔 그의 거취에 관심을 두었던 정객들도 적지 않았을 터이다. 과연 예 전 시장이 용인에 계속 살 것인지 아닌지를.

예 전시장이 야인으로 돌아온 지 그로부터 거의 10여년이 되어가지만, 그는 여전히 용인에 살고 있다. 그것도 아주 평범한 시민으로 조용히 살고 있다. 현직 시절에도 조깅을 즐겨하던 그였기에 물어보니 예전만큼은 못해도 여전히 운동을 좋아한단다.

불과 10년 전만해도 당적 변경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철새 정치인, 지역정치인이 아니면 낙하산 공천이라며 정치공세를 퍼부었다. 그 같은 선거 전략은 결국 선거유세장의 단골메뉴로 등장해 상대후보에 대한 비방전으로 확대되기 일쑤였다.

술자리 분위기가 깊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지역사회 이야기로 넘어갔다. 예 전시장은 기자에게 용인지역사회 문제점으로 원로(元老)부재 문제를 꺼냈다. 예로부터 용인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것이 지역사회에 원로가 없다는 말이었다. 그러고 보니 예나 지금이나 원로부재 문제를 보면 크게 변한 것이 없기에 공감이 갈 수밖에 없었다.

실제 용인에서 국회의원을 지냈던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임기가 끝나거나 낙선을 하면 모두 서울로 떠나갔다. 설사 지역사회에 살더라도 거주지만 용인에 있을 뿐, 지역민들과는 단절된 생활을 하면서 잊혀져가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그렇다고 그 원인을 본인들에 대한 책임으로만 전가시켜서도 안 된다. 지역사회 지도층인사들은 물론 정치인들이 그들의 경륜을 십분 활용하지 못한다는 책임이 더 클 것이다.

어떤 이들은 정치적 성향이 틀리기 때문에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많아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한다. 이는 정치논리를 앞세워 원로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매장시키는 방편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정치판과는 거리가 먼 소시민들이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근다는 말인가. 용인지역사회의 부끄러운 일면이다. 지역발전을 위한 거대담론을 내 걸고 현직에 있는 사회지도층 인사들부터 각계 분야의 지역 원로들과 만나 숙의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면 얼마나 아름다운가.

원로라 하면 한 가지 일에 오래 종사하여 경험과 공로가 많은 사람을 말한다. 어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를 보더라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등 분야마다 원로가 있다. 숨은 보석처럼 소중한 원로들을 찾아내 잘 활용하는 것 또한 지도력이자 리더십이다.

다행히 용인지역사회에는 수많은 다양한 인재풀이 형성되어 있다. 그동안 국가와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해온 원로들을 찾아보자. 그리고 예 전 시장의 말처럼 그들을 당당하게 지역사회의 원로로 모시자. 더 이상은 용인 지역사회에서 원로가 그립다거나 부재하다는 말이 없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