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지방자치의 본질은 ‘주민자치’다

김종경 기자  2009.11.23 17:24:54

기사프린트

풀뿌리 민주주의의 바로미터인 지방자치제. 과연 이 땅의 주민자치가 올바로 실시되고 있을까.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는 격변기에 태어났기 때문인지 반세기가 지났어도 자리매김을 못하고 있다. 부정적인 사람들은 폐지론까지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방자치제는 1948년 제정된 초대 헌법부터 명문화된 제도다. 하지만 이승만 정권은 불안정한 사회분위기를 내세워 첫발도 떼지 못한 지방자치법을 개정, 보류시켰다. 첫 시행은 한국전쟁 기간 중이었던 1952년도였다. 그것 역시 이승만 정권이 재집권을 위한 전략적 시나리오였다. 재집권에 성공한 이승만 정권은 제2차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모색한다. 이유인즉, 지방의회가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해 잇따라 불신임을 결의해 단체장들이 고유 업무에 차질을 빚는다는 것. 그때도 단체장과 의원들 사이에 청탁이나 이권거래가 성했던 모양이다.

이승만 정권은 1956년 2월 지방자치법을 개정했지만, 5개월 만에 또다시 개정한다. 야당이 승리할 경우 최고 권력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불과 2년 후인 1958년 12월에도 자치단체장을 임명하는 중앙집권적 통치체제 구축을 위해 지방자치법이 개정된다.

지방자치의 수난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승만 정권이 1960년 4·19혁명으로 붕괴됐기 때문이다. 정권을 잡은 민주당은 1960년 11월 1일 전면 직선제를 골자로 하는 지방자치법개정안을 확정한다. 그해 12월 서울특별시와 도의회선거, 시·읍·면장 선거 및 서울시장과 도지사선거가 실시됐다. 이때가 우리나라 지방자치 역사상 최초로 완전한 자치제가 도입된 셈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 1961년 5·16 군사쿠데타에 의해 단명하고 만다. 그래서 이 땅의 지방자치는 권력자들의 소모품이자 폐기 처리된 민주주의의 유품에 불과했던 셈이다.

하지만 풀뿌리의 생명력 때문인지, 1980년대 중반 5공화국 말기부터 지방자치문제가 다시 거론되기 시작한다. 우여곡절을 겪던 지방자치제는 김영삼 문민정부 시절인 1995년 6월 27일 비로서 온전한 4대 지방선거로 부활한다. 이때가 지방의회 제2기 출범이고,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는 30여 년 만이었다.

지방자치의 부활은 이렇게 산고의 역사를 관통해왔다. 온전한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지 14년째고, 지방의회는 벌써 18년째다. 처음엔 무급제, 소선거구제, 무정당제였으나 이젠 유급제와 중선거구제, 그리고 정당공천제로까지 바뀌었다. 이것 역시 여론이 분분해 개정안이 제출되고 있는 상태다.

이렇듯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는 변화를 거듭하고 있지만, 본질인 주민자치(住民自治)가 퇴색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격변기 역사가 증명하듯 자치의 본질이 흐려진다면 이 땅에서 또 다시 폐기처분의 위기를 맞을지도 모른다.

용인시의회는 2009년 제2차 정례회의를 한 달 여간 진행 중이다. 특히 이번 회기엔 행정사무감사를 비롯 내년도 본예산 등 주요 안건들을 다루게 된다. 시의원들은 주민들 대신 용인시의 행정과 예산을 결산· 심의하게 된다. 정부와 국회의 축소판이다.

그렇다고 정쟁만을 일삼는 국회를 본받아서는 안 된다. 오로지 주민들의 입장에서 주요 시정 문제들을 놓치지 말고, 또는 눈감아 주지 말고 꼼꼼히 따져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 의원들 모두 지방자치 역사의 주인공들이다. 그 만큼 권력과 명예보다는 무한책임이 우선한다는 점을 다시한번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