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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이 있는 시 감상-25

용인신문 기자  2009.11.30 18: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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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영 시인은 시간 위에 있는 시인이다. 그녀가 거느리고 있는 시간은 직선 위의 시간이어서 실존의 시간이며 소멸을 향해 가는 시간이다. 누구에게나 처음의 시간이 있고 끝의 시간이 있다. 이것이 실존이며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다. 이선영 시인은 이 벗어날 수 없는 실존의 시간들에게 끝없이 연민하는 시선을 준다.

「늙는 얼굴」은 소멸 위에 얹혀 소멸을 향해 가고 있는 한 인간의 번민과 고뇌의 표정에 접사 렌즈를 울려 놓은 작품이다. 아마도 늙어가고 있는 저 사람은, 궁지에 몰린 저 사람은, 인젤리겐찌야의 저 사람은 청문회에 나오기 전까지는 지극히 만족스럽고 평온한 가정의 가장이었을 것이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삶을 누리고 있던 저 사람이 청문회에 서서 그의 지나온 과거를 모두 까발리게 된 것은 그의 자유의지가 불러온 재앙일 것이지만 우리 모두 저 사람 속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들은 늙어가고 있으며 적당히 부정하고 있으며 적당히 탈법하고 있으며 적당히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청문회는 관 뚜껑을 열고 닫는 일일 것이다. 죽음 앞에서 당당하고 떳떳한 사람이 몇이나 될런지.

(김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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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는 얼굴

               이 선 영


신문에 실린 저 사람의 얼굴

궁지에 몰린 저 사람의 얼굴

어떤 대답이든 나오기를 재촉당하고 있는 저 얼굴

늙어가는 한 중년 남성의 얼굴

어제까지만 해도 아무 일 없었던

평온한 인젤리겐찌야의 얼굴

애써 태연을 가장하지만

어딘가 한 구석 허물어지고 있는 얼굴

이마부터인지, 눈인지, 코인지, 입술인지

짓궂은 누군가 힘주어 실밥을 잡아당기고 있는 듯한

늙은 얼굴 늙어가는 사람의 저 얼굴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

우는 사람의 얼굴, 차라리 얼어나 버리고 싶은 얼굴

막 울음보가 터지려 울끈불끈 실룩거리는 사람의 얼굴을 닮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