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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이 있는 시 감상-27

용인신문 기자  2009.12.21 13: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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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시인은 남루한 삶을 환한 건강한 생명력으로 치환할 줄 아는 시인이다. 그러므로 그의 시편 속에는 한 인간의 삶이 녹아 있기도 하고 쓸쓸하고 가난한 서사가 자리하기도 한다.

「저울의 귀환」역시 이 범주에 넣어도 좋은 작품이다. 늙은 어머니를 찾아가는 길에 정육점에서 국거리 쇠고기 한 근을 사는 아들의 모습이 참 없어 보인다.

백화점에서 구입한 그럴듯하게 폼나는 선물 상자가 아니고 부스럭대는 비닐봉지에 담겨진 국거리, 그것도 꽃등심이나 안심이 아닌 국거리 한 근의 무게, 그것이 아들의 무게인 것이다.

늙은 어머니에게로 가는 길의 한뭉텅이 주검의 무게가 가벼운 것은, 그의 가난 때문이기도 할 것이고 늙은 어머니의 생이 지니는 무거움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저울은 주검의 무게를 알려주는, 그러므로 생의 실체를 보여주는 다른 창이다. 늙은 어머니를 위해서 국거리 쇠고기 한 근을 사면서 시적 화자는 우리들의 삶의 무게를 감지하는 것이다. (김윤배/시인)   

저울의 귀환

 유홍준

 쇠고기 한 근을 샀다
 하얀 목장갑 낀 정육점 여자의 손이
 손에 익은 한 근의 무게를 베어 저울 위에 얹었다
 주검의 일부를 받아안은
 저울 바늘이
 부르르 진저리를 쳤다 저울이
 내게 물었다 인간들의 약속이란 고작
 이 한 근의 무게가 모자란다고 보태거나 넘친다고 떼어내는 것?
 맞아 저 쪽 봉우리에서 더 먼 저쪽 봉우리로
 주먹만한 고깃덩어리들이 고단한 날개를 저어가는 황혼녁
 국거리 쇠고기 한 근 담아들고
 부스럭대는 비닐봉지 흔들며 늙은 어머니를 찾아가면
 저울 떨게 만든 이 한뭉텅이 주검의 무게가
 왜 이렇게 가벼운가 문득
 저울대가 되 나의 팔이여
 모든 것을 들어냈을 때 비로소 평안을 얻는
 빈 저울의 침묵이여 나는 제로에서 출발한 커다란 고깃덩어리
 주검을 다는 저울 위에 올라가 보고서야 겨우
 제 몸뚱어리 무게를 아는 백 열 근짜리
 사지 덜렁거리는 인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