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람 시인은 첫 시집『낡은 침대의 배후가 되어가는 사내』이후 죽음의 문제를 천착해 왔다. 그의 죽음은 소멸 위에 놓이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삶의 그림자로 혹은 흔적으로 오래 기억되는 죽음이다. 박해람 시인의 시편들은 대개 거침이 없다. 그의 상상력은 당돌하고 유려하다. 시문의 수사가 어떻게 흘러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시인인 것이다.
「花無三日紅」은 상가의 대문 옆에 걸려 있는 조등을 노래 한 시이다. 삼일장 동안 걸려 있다 철거되는 조등은 우리들의 덧없는 생을 상징한다. 물소리로 목을 맨 이의 장례는 여름철이어서 더욱 눅지고 처연하고 황토흙물빛 슬픔으로 차오른다. 한 밤 둑길에 나와 물소리를 따라간 이를 기다리는 사람은 슬픔 지극한 사람일 것이다. 그러므로 물가에 오래 앉아 있는 귀 없는 검은 돌은 죽은 자의 현현이며 망령임이 분명하다.
(김윤배/시인)
바람이 불고 弔燈이 흔들린다
어느 상가에서 북적이다 가는 중일까
여름비에 꽃 弔燈 다 떨어진다
뒤늦은 슬픔은 괜히 떨어진 꽃송이만 이리저리 굴리고 있다
장마는 물소리만 키워 놓았다
한 번도 끊어진 적이 없는 긴 끈 같은 물소리
오늘 그 끈에 목을 맨 이가 있는 마을이 있다
왁자한 집의 대문 옆에서만 핀다는 저 燈
어지러운 劃들이 씨앗처럼 배어 나와 검다
자 왁자한 며칠은 죽은 이로부터 빌려오는 기간이 아닐까.
그 사이 음식과 나무젓가락은 늙거나 수척해 졌다
잠잠해진 물소리를 끊어다 망자를 꽁꽁 묶는 아침
저 꽃 하필이면 죽은 이의 시간에 피어
허름한 비에 젖다 가는지
三日葬 동안 집집마다엔 누런 물소리가 가득해서 어떤 斷愛는 목이 다 쉬었다. 한 밤 물길을 끊으려 둑길을
나왔다가 이미 흘러간 끈을 감으려 따라간 귀를 기다릴 뿐이다
귀 없는 검은 돌이 오래 앉아 있다.
구불구불 오래 흘러갈 끈
허공의 편도에 어두운 구름이 후진으로 산을 넘어간다.
늙은 음식들도 다 바닥나고, 슬픔 같은 건 이미 다 상했다
불 꺼진 꽃을 꺾어 가는 사람이 있고
열 개의 발가락이 다 젖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