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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통합위원회의 앞날이 걱정된다

윤승용칼럼

용인신문 기자  2010.01.04 14:5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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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통합한다’는 거창한 명분아래 이명박 정부들어 또 하나의 위원회가 설립됐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3일 대통령 소속 자문기구로 사회통합위원회를 설립했다. 참여정부 시절 걸핏하면 참여정부를 ‘위원회공화국’이라며 비난을 퍼붓던 한나라당 정부가 지난 해 11월 세종시민관합동위원회를 설립한 데 이어 또 다시 초대형 위원회를 만든 걸 보니 이명박 정부의 사회통합에 대한 집념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명박 정부가 대통령직 인수위시절 참여정부의 각종 위원회를 행정낭비의 표본이라며 대대적인 통폐합을 해놓고 집권 2년차에 슬며시 각종 위원회를 세우고 나서는 걸 비난할 생각은 없다. 어차피 정권을 책임진 집단으로선 그에 걸맞게 행정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각종 방안을 궁리하게 마련이고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자신들의 국정 철학에 맞게 위원회를 만들든, 행정부처를 개편하든 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이번 사회통합위원회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데...”라는 우려가 앞선다.

이번 사회통합위원회 멤버를 살펴보면 정부가 지역별, 직역별, 성별, 종교별 안배를 사회통합차원에서 제대로 하려고 매우 노력한 대목이 엿보인다. 먼저 위원장에 고건 전 총리를 모신 것은 일단 성공한 듯한 모양새다. 고건 전 총리가 누구인가. 17대 대통령선거 열기가 달아오르던 2006년 당시 여권의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가 고건 전 총리였다. 그는 한때 여야를 불문하고 여론조사 지지율 1위를 달린 적도 있다. 물론 나중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경선을 거쳐 이명박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로 결정된 후엔 부동의 1위를 달렸지만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총리로 발탁한 데 이어 고건 전 총리를 사회통합위원장으로 영입함으로써 지난 선거에서 상대당 후보군 중 유력인사 2명을 아군으로 포용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그러나 내가 주장하고자 하는 바는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심모원려(深謀遠慮)에 불만이 있어서가 아니다. 사회통합위원회까지 설립하면서 사회통합을 위해 정성을 다하려는 모습에 견주어 현실에서는 사회통합에 대한 이 대통령의 진정성이 너무도 동떨어진다.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미국산 쇠고기 파동을 계기로 촛불시위가 광화문일대를 뒤덮자 “저와 정부는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다”며 국민과의 소통을 약속했다. 한때 중도실용주의를 내세우며 일방적 통치드라이브에서 약간의 궤도수정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국민지지율이 50%를 넘어선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부터 다시 오불관언식 밀어붙이기 정치를 강행하고 있다.

이 정부는 기축년 신년벽두에 터져나온 용산철거민 화재 참사에 대해 1년이 다돼가도록 나몰라라 하고 귀를 막았다. 막바지에 극적으로 타결되긴 했지만 이는 정부가 나선게 아니라 올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재선에 애가 탄 오세훈 시장이 발 벗고 나선 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 정부는 이어 국민대다수가 반대하는 4대강사업을 기어코 강행했다. 사실상 한반도대운하사업의 변종이나 다름없다는 야당과 환경론자들의 반대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뿐만 아니다. 정부는 세종시 건설사업도 정운찬 총리를 내세워 무력화시키려하고 있다. 법조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연말에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 대해 ‘1인사면’을 단행했다. 이것도 부족해서인가.  4대강 예산안 등 문제점 많은 예산안이 그대로 포함된 새해예산안을 기축년 마지막 날 기어코 여당만으로 단독 통과시켰다.

정말 대단한 뚝심이다. 한 쪽에서는 사회통합위원회 간판을 내달면서 한쪽에서는 사회통제를 능사로 여기고 있다. 이 대통령이 통치기조를 바꾸지 않는 한 사회통합위원회는 사실상 개점휴업 할 게 뻔하다. 그러니 27억원이나 되는 사회통합위원회의 예산 낭비를 막기위해서라도 차라리 간판을 내리는 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