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훈 시인은 200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이다. 그의 첫 시집『나를 사랑한다, 하지마라』는 참혹하고 아름다운 생명의 약동을 보여준다. 모든 생명은 약동과 비약의 에너지를 숨기고 있다. 그러나 이윤훈 시인의 시적 생명의 약동은 성욕과 식욕으로 드러나는 관능과 탐욕의 징후가 아니라 멈출 수 없는 시학적 에너지의 마그마적 분출로 나타난다.
위 시「생의 한가운데2-엘랑 비탈」은 이러한 이윤훈 시인의 작품세계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허공에 매단 푹신하고 탄력 있는 침대’는 거미줄이다. 거미는 하늘에 죽음의 침대를 마련하고 날아드는 가벼운 날것들을 기다리는 것이다. 날것들은 죽음의 침대에 눕는 순간 거미의 재빠른 포박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거미가 풍성한 빛실을 뽑아 낼 수 있는 에너지원이 거미줄로 날아든 날것들이다. 거미를 그녀라고 명명한 것을 보면 이윤훈 시인은 이 시가 끌고 오는 알레고리를 염두에 두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 마지막 행에서 시적 화자가 마력의 침대로 뛰어드는 것을 보면 아름답고 참혹한 생명의 약동은 여성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남성들에게도 있다는 걸 깨닫게 한다.
(김윤배/시인)
생의 한 가운데 2-엘랑비탈
이 윤 훈
허공에 매단 푹신하고 탄력 있는 침대
사는 것과 죽는 것을 두 거점으로 짜놓은
치밀한 고요
누워 그녀는 숨죽이며 기다린다
구름의 푸른 비단을 두르게고
침통하고 무거운 족속들은 구미에 맞지 않는다
그녀의 차지는 가볍게 날아오르는 날것들
팔팔한 알몸으로 한 순간 그녀를 온통 흔들어놓는
적나라한 죽음, 재빨리 산채로 사로잡아
품속으로 끌어들이는 그녀
날것은 그녀를 생생하게 살찌운다
그녀는 그것을 풍성한 빛실로 뽑아낸다
가을 따가운 햇살
마지막 고비
마르는 황국냄새가 진동한다
지금 막, 저 마력의 침대 속으로 뛰어오르는
오,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