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월드컵 경기가 5월 31일부터 약 한 달간 한국과 일본에서 공동으로 치러진다. 이 대회를 보다 잘 치르기 위하여 내년 6월 13일에 실시되는 단체장선거와 지방의원 선거를 앞당기자는 안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월 5일 고건 서울시장이 지방선거의 조기 실시론에 다음과 같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임기가 남은 상태에서 선거일만 앞당길 경우 선거에서 떨어진 자치단체장들이 월드컵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월드컵보다도 더욱 걱정이 되는 것은 선거에 쓰이는 천문학적 규모의 선거자금으로 인하여 가뜩이나 어려운 국가경제가 더욱 나빠질 것이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선거에 쓰이는 돈은 국가의 산업에 투자되는 돈과는 달리 전혀 비생산적으로 쓰여지는 낭비성 자금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선거에는 왜 그렇게 많은 돈이 쓰여져야 하는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필자는 여러 원인들 중에 한가지인 선거브로커 문제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한다. 선거꾼들은 선거운동을 해주는 대가로 금전적인 이득을 챙기는 사람들이다. 선거 때만 되면 대목을 맞이하는 선거브로커 그들은 과연 누구인가? 치열한 선거전에서 승리하기 위하여 세력을 규합하는 후보자들과 담합하는 선거꾼들이 있는가 하면, 선거일이 임박하여 몸이 달아오른 후보자들을 등치는 선거꾼들도 있다. 문제는 우리주변에 선거꾼들이 생각 외로 많다는 것이다.
비난받아 마땅하고 반드시 퇴출 되어야 할 사람들이 바로 이들 선거브로커들이다. 이들은 후보자들과 유권자들 사이에서 중간역할을 하며 금권선거 풍토를 조장하여 국가의 경제를 좀먹음으로써 나라의 기둥뿌리를 흔들어 놓는 장본인들이다.
그러나 우리사회에서는 이제껏 선거꾼들을 몰아내자는 이야기가 공론화 되지 못하였다. 농작물에 폐해를 주는 잡초는 잎사귀만 잘라내야 소용이 없다. 뿌리 채 뽑아야 잡초가 아주 없어지듯이 이제는 비리정치인들만 책망할 것이 아니라 선거꾼들의 비리를 뿌리 채 뽑아야할 것이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선거브로커들을 처벌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선거에서는 실제로 선거꾼들의 활약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유권자들의 표를 먹고사는 정치인들은 이들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면 선거에서 상당히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마치 악어와 악어새같이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선거 때마다 상당수의 유권자들이 아직도 돈을 받는다든지 향응을 제공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금권선거에 관한 한 이렇듯이 철없는 유권자들은 그 책임을 면하기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일방적으로 후보자들과 선거꾼들만 나무랄 수가 없는 것이다. 물론 어떠한 이유로도 돈 선거를 치르는 후보자들의 행위는 정당화 될 수가 없다.
따라서 건전한 선거문화의 창출을 위해서는 보다 성숙된 유권자의식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날로 어려워지는 경제난에 허리띠를 졸라매며 살아가는 보통시민들은 잠시 자신을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나와 나의 가족들이 겪는 이 어려움이 과연 남들 때문이기만 한 것인가를 ... 내가 받은 돈 봉투, 내가 얻어먹은 갈비탕, 내가 받은 선물 꾸러미 ... 이것들의 수 백 배 아니 수 천 배의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아울러 우리는 모두 주변의 이웃들이 정치인들과 선거꾼들이 벌이는 파티에 참여할 경우 따끔한 책망과 감시의 눈초리를 보내는데 망설이지 말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의 행위는 리의 통장을 간접적으로 훔쳐 가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봄여름 내내 피땀 흘려 농사를 지어 곧 추수할 때를 기다리는 농부는 황금벌판에 행여나 물난리로 혹은 태풍 때문에 다된 농사를 망칠까봐 노심초사(勞心焦思)한다. 이제는 우리 모두 그러한 심정으로 금권선거를 감시하고 추방하는데 적극성을 보여야 할 것이다. 우리사회에서 불법을 저지르는 정치인들과 선거브로커들 그리고 몰지각한 유권자들은 반드시 퇴출 되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우리 모두는 선거와 관련해서 금품이나 향응을 받지 않는 성숙한 유권자 의식을 함양하고 이를 생활화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 모두는 불법선거를 감시하고 고발하는 데 주저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