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목은 바람과 뼈와 햇살의 시인이다. 그의 첫 시집『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2004)와, 두 번째 시집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에서 신용묵은 줄기차게 바람과 햇살 사이에 박혀 있는 뼈를 노래하고 있었다. 신용목에게 뼈는 시간의 은유이다. 그러므로 바람과 햇살을 견고하게 떠받치고 있는 시간은 소멸하는 것들의 덧없는 형상이기도 하다.
새와 페루는 로맹 가리로 인해 우리들에게 친근하다. 바닷가 모래 언덕에서 죽어가는 새들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그의 단편 「색들은 페루에 가서 죽는다」 때문이다. 신용목의 시「새들의 페루」는 이와 같은 우리들의 기대지평 위에 놓인다. 그러므로 새들에게 페루는 사랑과 고독이 모두 종결되는 공간이다. 존재의 궁극적 귀한이 이루어지는 공간은 무덤일 수 밖에 없다. 새의 둥지에 지붕이 없는 것은 죽음의 공간으로의 먼 이동, 혹은 영원한 귀환을 위한 예비적 비극이다. ‘폭우를 받아내는 고독’과 ‘젖었다 마르는 깃털의 고요’가 먼 귀환을 위해 새의 깃털을 키웠으리라는 예단은 슬픈 운명이다. 공중의 검은 과녁은 죽음의 급소이다. 새들의 페루는 페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여기 지금 날고 있는 하늘이어서 단 한 번의 일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죽음을 솟구치기 위해 열어놓은 지붕이다. (김윤배/시인)
새의 둥지에는 지붕이 없다
죽지에 부리를 묻고
폭우를 받아내는 고독, 젖었다 마르는 깃털의 고요가 날개를 키웠으리라 그리고
순간은 운명을 업고 온다
도심 복판,
느닷없이 솟구쳐오르는 검은 봉지를
꽉 물고 놓지 않는
바람의 위턱과 아래턱,
풍치의 자국으로 박힌
공중의 검은 과녁, 중심은 어디에나 열려 있다
둥지를 휘감아도는 회오리
고독이 뿔처럼 여물었으니
하늘을 향한 단 한번의 일격을 노리는 것
새들이 급소를 찾아 빙빙 돈다
환한 공중의, 캄캄한 숨통 보여다오! 바람의 어금니를 지나
그곳을 가격할 수 있다면
일생을 사지 잘린 뿔처럼
나아가는데 바쳐도 좋아라,
그러니 죽음이여
운명을 방생하라
하늘에 등을 대고 잠드는 짐승, 고독은 하늘이 무덤이다, 느닷없는 검은 봉지가 공중에 묘혈을 파듯
그곳에 가기 위하여
새는 지붕을 이지 않는다